나로 인해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윤석 지음 / 산마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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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인한 다툼에
맘 상해 아플 때

현재의 고통에
너무 몰입하지 마세요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도 말고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다투기에 다른 점이 
더욱 눈에 보이는 겁니다.

슬픔에 너무
사로잡혀 잊지 마세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요?!
사랑이 식고 변한 건 더더욱 아닙니다.

미워하고, 끙끙거리고, 마음 졸이고
심장을 쥐어짜듯이 아파도

진심으로 당신을 위했던
그 사람의 순수한 동기를 헤아린다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냥한번 힘껏 안아주세요

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습니다.(p75)


살아가면서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건 사랑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내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으며, 후회하고 슬퍼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나 스스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나 스스로 먼저 반성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고, 힘들게 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겠습니다. 사랑하기에 헤어지고 싶어하고, 사랑하기에 만나게 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고,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닌지,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나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들어다 보았습니다. 나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은 오해가 사랑으로 말미암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와 다투고 미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투기 때문에 서로 다름이 눈에 더 도드라지고, 그것이 또다른 다툼의 씨앗이 되고 말았던 것이며, 그걸 우리는 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이성적으로 누군가를 바라다 본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우리는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내 앞에 놓여진 사랑과 마주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영원히 사랑하면서 살아갈 순 없습니다. 누군가 한사람은 먼저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입니다. 내가 먼저 떠날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가 먼저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 지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나머지 인생, 사랑하는 이를 불러보아도, 만날 수 없고, 내 기억 속의 한 장면, 그 장면속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보이지 않을 땐,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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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현대사 -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
박찬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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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루탄을 체험해 본 적도 없고, 1980년대 학생운동에 대한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마주하는 것이 때로는 조심스럽고, 피상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궁금했다. 민노당이 해체하고, 진보당과 통진당으로 분리되었던 이유, 그 사람이 탄핵인용되기 전 통진당 대표 이정희에게 모멸감이 섞인 말을 듣고 난 이후 통진당이 해체된 그 뒷 배경이 알고 싶었다. 지금 보수 우파로 활약하고 있는 운동권인사 이재오와 김문수가 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여전히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한채 놓여져 있으며, 아직 많은 것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현재 ,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한국근현대사적인 의미, 더 나아가 이 책이 또다른 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 또다른 책들이 궁금하였고, NL 주사파이며, 지금 현재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한 김영호ㅘㄴ씨가 쓴 강철서신과 NL 주사파에 대한 또다른 궁금증이 채워지고 있다.


지금 386 세대가 대학생 때 운동권 학생이었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NL 계열과 PD 계열로 나누고 있으며, 책의 대부분은 우리가 주사파로 기억되고 있는 NL 계열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특히 북향하면 간첩으로 몰리던 30년전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 안기부가 그들을 붙잡아 고문했던 흔적들이 자세히 나오고 있다. 이제 고인이 되었던 김근 태의원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으며 , 운동권 인사이기도 하였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얼마전 대법원 판결을 받았던 이석기 통진당 국회의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한국외대 졸업생이며, 82학번이다. NL 계열 운동권학생이다. 하지만 통진당에서 그가 비례대표 1번이 될 때 까지 그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그가 통진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민주화 정권의 시작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서 김영삼 정부는 우리가 말하는 열사가 소멸되는 과정이며, 김대중 정부 이후 열사는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열사란 독재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며, 희생의 상징이다. 수많은 대학생이 민주화 과정에서 분신자살하였고, 그것이 민주화의 토대가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실제로는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도구를 가지리 않았던 것이며, 우리가 열사라고 부를 가치가 있는 이은 유관순, 전태일 두 사람 뿐이다.


뉴라이트에 관한 이야기, 세월호 참사 이후 뉴라이트가 우리 사회에 부각되었다. 그들을 극우보수라 부르고 있으며, 극우보수 단체들은 자신의 힘을 앞세워 유가족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NL  계열 주사파가 전향하여 만들었으며, 저자는 이념 문제에 있어서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민주당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는 변OO 또한 노무현 지지나에서 보수로 바뀐 대표적인 존재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 민청련이나 전대협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지만, 이념은 여전히 현존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충돌의 또다른 원인이 된다.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광우병 반대 시위에서 그들이 숨어있으며, 2017년 촛불집회는 운동권 스타가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평화로운 촛불집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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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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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단편 소설이 등장하고 있다. <해바라기벽> , <로드킬>, 모두의 내력>, <칼>,<백과사전 만들기>,<밤의 행진>,<부고들>,<상자> 이렇게 여덟편이다. 그중 눈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해바라기 벽>,< 백과사전 만들기>,< 부고들> 이다.


첫번째 <해바라기 벽>은 우리 사회의 가난에 대한 정의, 우리가 가난을 마주하는 시선들이 나온다. 매일 어떤 남자가 자신의 집을 찍고 있다. 그 사람은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불편한 존재이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 벽화마을을 찍고 있으며, 그곳의 자화상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 공간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가난을 페인트로 칠한다 해서 그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다. 페인트로 칠해졌다 해서 희망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벽화 마을은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였다. 그들의 개인적이 사생활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드러내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장실이 없는 벽화마을과 소녀를 담아내면서, 그 소녀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들의 가난함에 대해 또다른 해석을 만들어 내는 건 대중매체이며, 그걸 바라보는 수많은 익명의 존재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무언의 폭력, 그 것은 가난함을 채색하여 감추려 드는 것보다 더 잔인하다.


<백과사전 만들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건 저자의 프로필 나이와 나와 비슷해서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지 못했던 과거엔 백과사전을 파는 방문판매원이 있었다. 집집마다 백과 사전 한질을 팔기 위해 이곳 저곳 드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대적 배경으로 백과 사전은 부모님의 욕구와 아이의 욕망이 교차되는 하나의 상징적 존재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부모는 그렇게 돈을 절약하면서 공부 시키고자 하였다. 돌이켜 보면 부모 세대는 공부하지 못한 한이 존재한다. 학교 다닐 때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선생님의 눈총을 받아야 했던 그 시절,그것이 백과 사전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이사를 다닐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공부 잘 하는 딸을 위해서 군인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이사를 다니면서도 백과 사전은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과 사전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며, 욕망이다. 세월이 바뀌면서 백과사전의 가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지만,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님과 학교 석차가 점점 더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교차되고 있다.


<부고들>. 니 책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아파트 한채가 또다른 권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자신이 머무는 낡은 아파트의 보증금을 올리려 하는 집주인의 행태와 거부할 수 없는 세입자 간의 관계, 세입자에게 찾아온 또다른 불행의 그림자, 어머니의 죽음이 같이 등장하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전화를 걸어서 , 집에 손님이 찾아올 거라고 채근하는 집주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다른 권력의 상징이다. 그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은 누군가 걸려온 전화 하나로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어머니께서 남겨놓은 부동산은 주인공과 오빠와 시누이 사이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단편 소설이지만 쉽게 읽혀졌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모습일까 금수저와 흙수저가 존재하고, 흙수저에 대한 불편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려고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흙수저에게 노란색을 입힌다 해서 그것이 금수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노란 색을 입히면 금수저가 될 거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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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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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해도
소통이 안 되는 벽을 느낄 때

꼭 나누고 싶어서
어떤 감동적인 이야길
옆 사람에게 전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나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가장 가까운 이들이
그것도 못 참느냐는 눈길로
나를 무심히 바라볼 때

내가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해도
지금은 아니라면서
악수를 거절할 때

누군가 나를 험담한 말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도착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쓸쓸하고 쓸쓸해서
하늘만 본다 

이해인 <내가 외로울 땐> 전문 (p165)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볼 때는 작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반추하게 되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해인 수녀님은 나에게 용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그 분의 인생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부끄러움과 마주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고, 일상 속에서 감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하는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와 겸손함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진정으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겸손과 감사함, 믿음과 사랑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말이다. 이해인 수녀님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며, 때로는 인간미도 느껴진다. 인간으로서 태어나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이해인 수녀님조차 그 안에서 권태와 외로움 쓸쓸함이 묻어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듦에 대해서 한번더 생각하게 된다.나이가 들어가는 건 부끄럽지 않다.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지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감추고 숨기려 한다. 정작 감춰야 하고, 숨겨야 하는 건 또다른 내면일진데, 우리는 외면을 더 중시하면서 지금껏 살아간다.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고 있는 <기차를 타면> 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에 기차는 느림보였다. 청량리까지 가려면 하루 꼬박 시간을 내야 했으며, 강원도에 간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골짜기 간이역을 따라 비둘기호를 타고 갔던 기억들, 기차안에서 삶은 계란을 까먹고 낭만을 즐겼던 그 기억조차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점점 더 잊혀지고 말았다. 세상이 빠름을 추구한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우리 삶 속에서 인정미가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정이 사라지는 원인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걸 느낄 때면 담담한 척 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초심을 회복하세요!','사랑의 첫 열정을 지니고 다시 시작하세요!','작은 희생을 즐기세요!' 라고.(p34) 


이 문장의 마지막 '작은 희생을 즐기세요.' 이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생각이 바뀐다는 건 사소함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은 희생을 즐긴다면, 서운함이 줄어든다. 매일 매일 희생을 즐긴다면 억울함은 줄어들게 되고, 아쉬움도 사라지게 된다. 누군가에게 느끼는 서운함 조차 먼지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에게 찾아오는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분노하고, 아파하고, 비난하고, 이런 일련의 감정들은 어쩌면 나 스스로 희생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해인 수녀님은 살아가면서 이 단순한 진리를 싱행으로 옮기고 계시며, 그 안에서 반성하고 있다. 단순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것, 나에게 필요한 건 지금 당장 미루지 않고, 실행으로 옮기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해인 수녀님께서 남겨놓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널리 널리 퍼지도록,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무언지 되새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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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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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하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해도
소통이 안 되는 벽을 느낄 때

꼭 나누고 싶어서
어떤 감동적인 이야길
옆 사람에게 전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나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가장 가까운 이들이
그것도 못 참느냐는 눈길로
나를 무심히 바라볼 때

내가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해도
지금은 아니라면서
악수를 거절할 때

누군가 나를 험담한 말이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도착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쓸쓸하고 쓸쓸해서
하늘만 본다 

이해인 <내가 외로울 땐> 전문 (p165)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볼 때는 작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반추하게 되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해인 수녀님은 나에게 용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그 분의 인생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부끄러움과 마주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고, 일상 속에서 감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하는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와 겸손함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진정으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겸손과 감사함, 믿음과 사랑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말이다. 이해인 수녀님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며, 때로는 인간미도 느껴진다. 인간으로서 태어나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이해인 수녀님조차 그 안에서 권태와 외로움 쓸쓸함이 묻어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듦에 대해서 한번더 생각하게 된다.나이가 들어가는 건 부끄럽지 않다.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지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감추고 숨기려 한다. 정작 감춰야 하고, 숨겨야 하는 건 또다른 내면일진데, 우리는 외면을 더 중시하면서 지금껏 살아간다.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고 있는 <기차를 타면> 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에 기차는 느림보였다. 청량리까지 가려면 하루 꼬박 시간을 내야 했으며, 강원도에 간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골짜기 간이역을 따라 비둘기호를 타고 갔던 기억들, 기차안에서 삶은 계란을 까먹고 낭만을 즐겼던 그 기억조차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점점 더 잊혀지고 말았다. 세상이 빠름을 추구한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우리 삶 속에서 인정미가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정이 사라지는 원인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걸 느낄 때면 담담한 척 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초심을 회복하세요!','사랑의 첫 열정을 지니고 다시 시작하세요!','작은 희생을 즐기세요!' 라고.(p34) 


이 문장의 마지막 '작은 희생을 즐기세요.' 이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생각이 바뀐다는 건 사소함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은 희생을 즐긴다면, 서운함이 줄어든다. 매일 매일 희생을 즐긴다면 억울함은 줄어들게 되고, 아쉬움도 사라지게 된다. 누군가에게 느끼는 서운함 조차 먼지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에게 찾아오는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분노하고, 아파하고, 비난하고, 이런 일련의 감정들은 어쩌면 나 스스로 희생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해인 수녀님은 살아가면서 이 단순한 진리를 싱행으로 옮기고 계시며, 그 안에서 반성하고 있다. 단순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것, 나에게 필요한 건 지금 당장 미루지 않고, 실행으로 옮기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해인 수녀님께서 남겨놓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널리 널리 퍼지도록,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무언지 되새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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