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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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개봉한 영화 사의 찬미는 장미희 , 임성민, 이경영 주연의 영화였다. 30년 가까운 과거에 개봉한 영화여서 사실 줄거리가 가물가물하다. 영화 사의 찬미는 1920년대 대한민국 최초의 성악가였던 윤심덕의 일화를 그려내고 있으며,윤심덕과 김우진의 러브 스토리 뒤에 숨어있는 비극을 여성 윤심덕의 시점에서 채우고 있다.영화 속에 또다른 인물로 홍난파가 있으며, 홍난파는 그 당시 홍영후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작곡가 홍난파와 성악가 윤심덕,신여성이라 불리었던 윤심덕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특출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조선에서는 펼칠 수 없었다.일본으로 건나가면서 유학길에 오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안동 김씨 가문의 김우진과 만나게 된다. 김우진이라는 인물과 윤심덕 사이에 존재하는 연인 관계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 조선이란 그 시대적 상황에서 벗어나 대한제국으로 넘어오게 되고, 일제시대과 되면서 시대는 달라지게 된다. 시대가 달라지면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도 달라진다. 윤심덕은 조선 총독부의 총애를 한몫에 받게 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윤심덕의 운명은 어쩌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홍난파가 쓴 노래 <봉선화>는 윤심덕의 마음을 적셔 놓았으며, 조선인들의 한을 윤심덕의 목소리를 통해 녹여내리게 된다.


소설 사의 찬미는 바로 영화 사의 찬미를 소설로 옮겨 놓았다. 1897년에 태어나 1926년 8월 4일 세상을 떠난 짧은 인생을 살아간 안타까운 여인 윤심덕의 삶의 끝자락에 대해 자살이냐 타살이냐 여전히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들, 영화가 드라마로 다시 나온다면 사람들은 윤심덕의 삶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할 것이다.이 책에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러브 스토리 뿐 아니라 홍난파의 조카 홍옥임의 일화도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옥임이 바로 실존 인물 홍옥임이며, 홍옥임은 동덕 여고보를 나온 김용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건 그 시대에 금기된 러브스토리였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 신여성으로서 두 사람의 사랑은 자유를 갈구하지만, 1931년 4월 8일 윤심덕이 마주했던 비극을 두 사람도 겪고 말았다.


윤심덕의 연인 김우진에게는 아내 정점효가 있었다. 윤심덕과 김우진은 불륜관계로 묘사되고 있으며, 윤심덕은 주변에 지역 유지의 구애를 뿌리치고 김우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 소설은 왜 윤심덕은 김우진과 사랑에 빠졌는지, 영화 사의 찬미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은 영화를 어떻게 구현해 내고 있는지 비교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나올 드라마 사의 찬미 속 주인공 이종석과 신혜선은 100년전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채워 나가고 있는지도 알고 싶어질 뿐이다. 이제 과거 속 한 페이지가 되었지만, 그 시대의 상징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 그 러브 스토리의 마지막 비극을 들여다 본다면, 사랑이라는 실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신체의 일부분일 뿐인 입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모든 것이기도 했다. 우진의 입술이 더욱더 강하게 파고들자 심덕은 점 점 더 뿌리칠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갔다. 이깟 입술이 뭐라고. 입맞춤은 그 모든 괴로움을 합한 것보다 자극적이었기에 , 머릿속을 헤매고 도는 도덕과의 싸움은 먼지처럼 하찮아져 갔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그곳에서는 외로운 넋들의 열락이 끝없이 소용돌이쳤다. 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심장을 태웠다. 욕심이 났다. 심덕은 이 순간이 사라질까 봐 점점 애처롭게 매달렸다. 입술 하나에 많은 생각이 겹쳐진 그들에게 자정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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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아이들 1 - 몬스터 대재앙 Wow 그래픽노블
맥스 브랠리어 지음, 더글라스 홀게이트 그림,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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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물창고에서 나온 <지구 최후의 아이들>은 모험심 가득한 아이 열 세살 잭 설리반이 나오고 있다. 고아였던 잭 설리번은 웨이크필드라는 동네에 살고 있으며, 42일전만 하여도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세상이 미쳐가고 있었다. 좀비와 몬스터가 들끓으면서 사람들은 죽어가거나 좀비에 의해서 또다른 좀비가 외어 갔다. 이 와중에 혼자 살아남은 잭 설리반은 몬스터와 좀비를 퇴치하기로 결심하였다. 잭 설리반이 몬스터와 좀비를 없애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소녀 '준 델 토르'를 구하고 싶어서 였다.또한 잭 설리번은 머리에 바닐라 향이 나고 똑똑한 썸녀 준 델 토르를 좋아한다. 


좀비와 몬스터가 우글우글 거리는 동네에서 잭 설리번만 살아남은 건 아니었다. 자신의 절친 자칭 발명가라 부르는 퀸트가 살아남았고, 퀸트를 괴롭히는 일진 더크도 살아있다. 대재앙 앞에서는 아군도 적군도 없었다. 퀸트를 괴롭혔던 더크는  대재앙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좀비 떼가 우글 거리고 몬스터가 이곳 저곳 존재하는 가운데, 더크가 가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힘은 상당히 유용하였으며, 무거운 것, 힘쎈 것들을 활용해 퇴치 하고 있다. 또한 잭 설리번은 이것을 준 델 토로를 구하기 위한 <대재앙에서 살아남기 > 미션이라 부르고 있다.


잭 설리번은 영웅이 되고 싶었다. 썸녀  준 델 토로를 구해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잭 설리번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준 델 토로는 좀비와 몬스터에게 잡혀 꼼짝 못하는 여리여리한 소녀가 아닌 프랑스 혁명을 잠재운 잔다르크와 같은 여전사 이미지였다. 잭 설리반은 그로 인해 실망하게 되지만, 눈 앞에 놓여진 좀비 떼를 잡기 위해서 네 사람이 뭉치게 된다. 좀비와 몬스터의 공격에서 자유로운 커다란 나무 위 트리 하우스가 네 사람의 아지트였다. 발명가였던 퀸트는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활용해 몬스터를 처치하고, 좀비를 잠재워 나간다. 좀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크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고, 퀸트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만든 발명품들이 요긴하게 쓰여지고 있다.


모험과 도전은. 청소년 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단골 소재이다. 나 또한 어릴 때 읽었던 전래동화를 제외한다면 모험 가득한 책들을 접했던 것 같다.비현실적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고, 때로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데 있어서 이러한 책들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위험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으며, 재앙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것, 좀비와 몬스터에 관한 책과 영화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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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 정답 없는 질문에 나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단단한 식견을 위한 인문 사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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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디어의 영향 속에서 살아간다.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선택과 결정한다. 하지만 정보가 만아지고,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우리는 또다른 혼란스러움에 봉착하게 된다. 몰라도 되는 걸, 굳이 찾아볼 필요 없는 정보들 까지 내 앞에 놓여지면서 우리 스스로 잊고 지냈던 것들이 내 앞에 던저지게 되고, 정보 수용자로서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간다.스스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스스로 걱정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끌어옴으로서 우리 스스로 행복한 삶을 느끼기 보다느 불행한 삶에 내몰리게 된다. 정답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은 어느새 고정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함으로서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와 기업은 바로 그런 것을 적절하게 이용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익의 주체자로서 정보를 팔려는 그들의 목적 속에는 돈이 연결되어 있다. 정보가 많이 않았던 과거에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 아니 가짜 정보는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걸러내고 ,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보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과정이 점차 짧아지면서 우리 삶은 빨라지고, 조급해지게 되었으며, 기다리지 않고 관찰하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들을 지적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사고 태도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은 사고 방식이 달라지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고정된 사고를 버려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오늘날은 상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를 지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복종보다 창의성이 먼저라고 말하겠지만 복종이 중시됐을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회질서가 덜 잡혀 정보유통이 원할하지 않고 각종 제도가 체계홛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복종이 훨씬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만을 생각해 창의성보다 복종을 중시 여겨야 했던 그때를 비판하기만 한다면, 역사로부터 배울 것은 없다. 과거에는 어떤 기준으로 논리가 만들어져서 사물을 판단했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역사 속 잘못을 되풀이할 뿐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그때의 기준이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지,잘못됐다면 지금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이것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 성립되는 과정이다. 이번 장에서 예로 든 사례 중 하나가 앞서 설명한 복종과 창의성 간의 상관관계를 짚어준다. 미국 건국 초기에 복종하는 인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로완 중위'의 일화가 보여주는 미덕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복종하는 자세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고 태도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정찰병 정신'이다. 관찰의 중요성은 앞의 장에서도 언급됐지만 더 나아가 정찰병이 가진 미덕이 왜 현 시대에 유용한지를 살펴보겠디.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p251)


20세기는 복종가 순종이 미덕이었던 시대였다. 21세기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과학 기술이 새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고,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게 된다. 책이란 바로 이런 과정에서 유용하고 독서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언어만을 받아들인다. 독선는 그 범위를 확장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적으로 존재하는 가짜 뉴스는 우리의 생각을 가둬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하나로 고정시켜 버린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부각되는 시점은 바로 그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고 돈이 된다고 체감하는 그 순간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반면 창의성과 다양성의 소비자들은 정답을 찾기 바쁘고, 그 정답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유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심하고 ,관찰하고, 질문하라. 이 세가지는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우리는 그동안 이 세가지에 대해서 벗어나 있었고, 선거철이면, 1번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정치인들이 시시때댸로 반목하면서, 어느 순간 협력하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국민들의 정서를 알고 잇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흑백 논리가 그 선택을 가로 막고 있으며, 한 번 옳다고 생각한 것들, 정답이라 생각한 것들을 바꿔 놓기가 싶지 않다. 어쩌면 스스로 정치에 대해 관심 가지면서 정치인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에게도 문제가 있으며, 투표를 하는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책에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고, 좌우 이념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도를 지향하면, 회색지대에 자신을 놓아두면 언제든지 스스로를 바꿀 수 잇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은 것이 마냥 옳지 않다는 것, 틀린 것이 마냥 틀리지 않다는 걸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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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박진아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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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불편하다.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을 쓴 황선미 작가는 익히 잘 알려진 동화작가이다.<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는 청소년들이 겪는 고밈과 걱정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학교와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책에서 주인공은 김소연과 이진아였다. 왜 저자는 김소연 이진아가 아닌 김소연진아라 부르는 걸까, 그건 이진아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고민과 정체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름을 붙여씀으로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 아니 그들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강요한다. 학교 내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들, 착하고 소심하다는 이유로 선생님은 이진아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느린 김소연의 도우미가 되었으면 하는 부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형식으로는 부탁이지만 이것은 강요였다. 선생님의 요구에 대해서 이진아는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수많은 폭력들은 부탁과 강요에 의해서 시작되고, 정작 그 당사자는 그걸 알지 못한다. 거절하는 그 순간 이기적인 아이, 나쁜 아이로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정작 그 도덕을 실천하지 않고, 약한 이들에게 도덕적 가치를 강요하거나 강요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이진아의 모습이 딱 그런 모습이다. 착한 아이가 되어 버린 이진아의 마음 온저리 속에 감춰진 걱정과 고민에 대해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 선생님, 학교 친구, 부모님 조차 크게 관심 가지지 않고 있으면서 이진아 스스로 혼자서 마음 언저리에 그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진아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 같았다. 나는 착하지 않은데, 사회가 착한 아이라 낙인 찍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착함'이라는 가치에 무언가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이진아도 마찬가지였다. 느린 아이였던 김소연의 도우미가 되면서, 주변 사람들은 이진아에게 많은 걸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스스로 그것이 부당하다 생각하였지만,거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운 소심한 이진아였기 때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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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entleman in Moscow (Paperback)
에이모 토울스 / Random House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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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20세기 초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어서 처음에는 이 소설에 대한 난해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많이 조심스러웠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이 쓴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러시아인 특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이 많은 경우 그 인물들의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다면 러시아 문학이 가지는 어려운 점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한정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 흐름은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을 중심으로 니나 클리코바와 성장한 니나 클리코바의 딸 소피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 흐름은 평이한 구조이다. 특히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볼셰비키 혁명 전후의 러시아의 역사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소설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유리하다. 또한 작가는 이 소설 속에 몇가지 비밀들을 숨겨 놓고 있으며, 독자는 그 비밀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이 책을 번역한 서창렬 씨는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이 태어난 고향 니즈니노브고로드에 대해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스웨덴이 경기를 치룬 곳이라고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농업 국가였던 러시아가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뀌는 과도기의 모습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1889년 태어난 로스토프브 백작은 30대까지만 하여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넓은 영토와 수많은 하인들을 거느렸던 로스토프 백작은 스스로 무너가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잇었다.  또한 백작으로서 평판과 품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던 로스토프 백작은 볼세비키 혁명으로 인해 왕정에서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신분이 바뀌게 되었다. 레닌 체제의 러시아 국가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 하고 있었으며, 로스토프 백작은 자신이 누렸던 작위와 칭호를 모두 내려 놓은 채 메트로폴 호텔 스위트룸에 가택연금 되고 말았다,로스토프 백작을 가택연금하는 목적은 분명하다.레닌 체제의 소비에트 연방 있어서 기존의 특권을 누렸던 백작 신분의 특권층은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호텔 스위트룸 317호에 갇혀 있어야 하는 백작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해 유추해 본다면 대다수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백작의 운명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로스토프 백작은 그렇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쳤고, 자신의 신분이 바닥으로 내려왔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품위와 교양은 내려놓지 않았다. 신사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백작으로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봉사 마리나와 안나를 통해 배워 나가게 되는데, 백작은 아홉살 나나 쿨리코바와 함께 하면서 , 스스로를 바꿔 나가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면서 로스코브 백작과 니나는 헤어지게 되는데,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니나는 레오와 결혼하였고 딸 소피야를 낳게 되는데, 수용소에 들어가버린 니나의 남편 레오로 인해 딸 소피야를 로스토프 백작에게 맡기고 남편을 따라가게 된다.


소설은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새로운 등장인물로 교체되고, 로스토프 백작과 함께 하는 소피야와의 관꼐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선 자신의 딸이라 부르면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잇는데,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소피야는 백작과 함께 하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소피야의 성향과 로스토프 백작의 성향이다. 서로 너무나도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볼셰비키 혁명 이전의 삶을 살았던 로스토프 백작의 인생과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소피야의 인생이 다른 삶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로스토프 백작이 가택연금되면서 30년간의 시간의 흐름 속에 소피야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으며, 세상을 관조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로스토프 백작의 삶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자신에게 놓여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로스토프 백작과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에게 놓여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누려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로스토프 백작은 소피야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소피야의 남다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인생 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을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주장은 너무 특이하고 과장되어 보였기 때문에 소피야의 괴로움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p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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