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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entleman in Moscow (Paperback)
에이모 토울스 / Random House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20세기 초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어서 처음에는 이 소설에 대한 난해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많이 조심스러웠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이 쓴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러시아인 특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이 많은 경우 그 인물들의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다면 러시아 문학이 가지는 어려운 점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한정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 흐름은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을 중심으로 니나 클리코바와 성장한 니나 클리코바의 딸 소피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소설의 전체 흐름은 평이한 구조이다. 특히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볼셰비키 혁명 전후의 러시아의 역사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소설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유리하다. 또한 작가는 이 소설 속에 몇가지 비밀들을 숨겨 놓고 있으며, 독자는 그 비밀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이 책을 번역한 서창렬 씨는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이 태어난 고향 니즈니노브고로드에 대해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스웨덴이 경기를 치룬 곳이라고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농업 국가였던 러시아가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뀌는 과도기의 모습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1889년 태어난 로스토프브 백작은 30대까지만 하여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넓은 영토와 수많은 하인들을 거느렸던 로스토프 백작은 스스로 무너가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잇었다. 또한 백작으로서 평판과 품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던 로스토프 백작은 볼세비키 혁명으로 인해 왕정에서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신분이 바뀌게 되었다. 레닌 체제의 러시아 국가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 하고 있었으며, 로스토프 백작은 자신이 누렸던 작위와 칭호를 모두 내려 놓은 채 메트로폴 호텔 스위트룸에 가택연금 되고 말았다,로스토프 백작을 가택연금하는 목적은 분명하다.레닌 체제의 소비에트 연방 있어서 기존의 특권을 누렸던 백작 신분의 특권층은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호텔 스위트룸 317호에 갇혀 있어야 하는 백작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해 유추해 본다면 대다수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백작의 운명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로스토프 백작은 그렇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쳤고, 자신의 신분이 바닥으로 내려왔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품위와 교양은 내려놓지 않았다. 신사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백작으로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봉사 마리나와 안나를 통해 배워 나가게 되는데, 백작은 아홉살 나나 쿨리코바와 함께 하면서 , 스스로를 바꿔 나가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면서 로스코브 백작과 니나는 헤어지게 되는데,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니나는 레오와 결혼하였고 딸 소피야를 낳게 되는데, 수용소에 들어가버린 니나의 남편 레오로 인해 딸 소피야를 로스토프 백작에게 맡기고 남편을 따라가게 된다.
소설은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새로운 등장인물로 교체되고, 로스토프 백작과 함께 하는 소피야와의 관꼐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선 자신의 딸이라 부르면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잇는데,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소피야는 백작과 함께 하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소피야의 성향과 로스토프 백작의 성향이다. 서로 너무나도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볼셰비키 혁명 이전의 삶을 살았던 로스토프 백작의 인생과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소피야의 인생이 다른 삶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로스토프 백작이 가택연금되면서 30년간의 시간의 흐름 속에 소피야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으며, 세상을 관조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로스토프 백작의 삶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자신에게 놓여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로스토프 백작과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에게 놓여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누려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로스토프 백작은 소피야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소피야의 남다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인생 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을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주장은 너무 특이하고 과장되어 보였기 때문에 소피야의 괴로움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p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