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처럼 우울증을 오랜 시간 그림자처럼 달고 다닌 사람들에겐 오히려 난치병 같은 존재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나을 수는 있지만 지난하고 힘든 여정을 거쳐야 하는 병. 그래서 완치라는 단어를 버리기로 했다. (-5-)
식욕억제제 좀 드실래요? 아침 약 성분이랑 비슷해요.저도 먹거든요. 저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서 먹다 안 먹다 하는데 효과가 큰 분들은 예민하게 반응하시더라고요. (-38-)
이렇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치달을 때, '아, 이렇게까지 하면서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행복한 일들도 있지만,계속 경쟁하고, 떠올려야 하고, 그런 걱정들이 아직은 행복보다 더 크거든요? 감정이 분노로 뒤덮이면 그냥 죽고 싶어져요. 회사 사람들을 보면 다 일중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57-)
저는 사고가 처음이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몰았는데, 사람들은 제가 화물 트럭에 받히고 인도 가로등에 받고 멈추니까 죽은 줄 알았나 봐요. 사람들이 막 달려와서 조수석 문을 열고 저를 확인하더라고요. 저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사람들이 119랑 112에 다 신고를 했더라고요. 화물 트럭 가사는 제가 죽었을까 봐 차마 확인도 못 했었대요. (-103-)
나는 작년에 봤으니 비슷한 이야기였고, 애인은 머리가 엄청 좋은 ,언변의 달인이라고 했다. 언니의 부탁으로 언니 것도 보았는데 팜므파탈에 머리가 정말 뛰어나게 좋다고 했다. 둘 다 나보다 훨씬 좋은 사주였다. 어느새 나와 애인 중에 누가 더 머리가 좋은지 묻고 있었다. 점술가에게 애인이 낫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나빠졌다. (-141-)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기르고자 노력 중이데,힘들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방관자 입장인데도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다. 과거의 내 극단적이 사고가 얼마나 괴물 같았는지를 실감하고 있다.나와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작은 실수나 단점, 혹은 오해에도 그 사람의 전부를 매도했던 오만한 나날들, 경직된 사고는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를 힘들게 했다. 지금도 역시 그렇지만 나아지는 중이고.
살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해보지 안은 것처럼 남을 조롱하고 깎아내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답이자 진리인 양 여기는 당당함이 두렵다. (-179-)
사람이 어떤 사건을 받아들이는 느낌과 충격은 다 다르잖아요.우리에겐 충격적인 사건이 어떤 사회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문화적 환경이나 분위기가 어떤지, 어떤 사건이 이상하다는 걸 서로가 얼마만큼 공유할 수 있는지도 내 느낌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쪽에 특히 민감하기보다는,약자에 대한 시선 때문이죠. 여자들에게 느끼는 마음,강아지들한테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잖아요. (-200-)
해마다 전세계 나라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발표된다.대한민국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이런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사회적으로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죽음, 삶에서,무기력해지며, 우리 의 삶에 있어서,자괴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작가 백세희, 저자는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삼십 대,세상을 떠났고,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였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우리가 느끼는 여러가지 양가감정들이 어떻게 샘솟고 사라지는지 알려주고 있다.삶 속에서,행복을 찾고자 하지만,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 죽고 싶다고 말하며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가는 게 한국 사회,한국인의 현실이다. 불안하고,눈치를 보면서,때때로 공격적인 성향햐을 표출하며, 갑질과 을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우리가 왜 우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울하다는 것이 단순한 감기가 아닌 난치병이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이 서로 교차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여지는 삶은 행복 뿐만 아니라,. 우울함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었으며,허무함과 무기력한 삶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우물쭈물하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모호하고, 애매하며, 불분명한 상태에서,서로 불확실한 살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이유로 ,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얻고 있으며,죽고 싶은 와중에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오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 절박함과 재책감,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실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매순간 불안하고,걱정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행복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한 갈망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