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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눈 - 마음을 씻고 세상을 꿰뚫는 경전
이선경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2월
평점 :

『주역』에서는 “과실을 잘 보충하면 허물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오늘을 맞이하며 어제의 묵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나를 빚어가는 것이 사람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역(易)’이라는 글자는 ‘바꿀 역’이다. 뜻 자체가 ‘변화’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이 우주는 한순간도 멈춤 없이 시시각각 변한다.
(-14-)
음양의 변화는 자연의 생명 변화이다. 내 몸의 세포 같은 미세한 단위로부터 하늘과 땅이라는 거대한 단위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42-)
도를 배움은 집착이 없음이니,
인연 따라 이르는 곳에 노니네.
푸른 학의 골짜기 잠시 떠나와,
흰 갈매기 오가는 물가에서 즐기네.
몸 붙인 이 세상은 구름 천 리요,
하늘과 땅은 바다의 한 모퉁이일세.
초가집에 애오라지 하룻밤 묵으니,
매화와 달이 풍류로구나.
(-75-)
이러한 삶의 정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양식으로 전개된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건축의 일부로 수용한다. 집터에 거슬리는 바위를 파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살려 집을 짓는다.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고 노래한 송순(1493~1583)의 시조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공생과 평화로움이 있다. 중국의 궁궐 자금성과 조선의 궁궐을 비교해 보라. 자금성은 그 위용이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조선의 궁궐은 지나친 꾸밈 없이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99-)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20년 전 동해에서 많이 잡혔던 흔하디 흔했던 오징어는 지금은 씨가 말라버렸고, 기후 변화로 인해 자취를 감춰버려서 금징어가 되었다. 24절기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아열대 기후가 되었고, 농사를 지을 때 근본이 되는 24절기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농사를 지을 때, 농사의 시작과 끝, 수확할 때가 맞지 않게 되었다. 『주역』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이로움을 주고자 한다. 『주역』은 단순히 사주팔자를 보는 학문이 아닌, 망자의 묘자리를 정하고 길일을 선택하며, 결혼과 이사 날짜를 고르는 등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학문이었다.
『주역』은 음양오행을 따른다. 음양오행이란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도 음양오행을 따르고 있다.글자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 중국의 한자 또한 음양오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의예지신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기본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핵심이기도 하다. 『주역』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 만상을 이해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태극기 안에도 『주역』의 이치가 존재한다.
우리가 『주역』을 읽고 삶을 이해하며, 나에게 바라는 바를 따르는 것은 허물를 덜어내고자 함이다. 삶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들, 실수나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그것이 내 삶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릴 수 있다. 『주역』은 글자로 그렇듯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학문이며, 자연은 삶과 죽음을 관장하고 있다. 즉, 『주역』 속에는 동양 사상의 정수가 들어가 있다. 단군의 통치 이념인 ‘홍익인간’ 속에도 『주역』이 들어 있었다. 우리 삶에서 종교나 철학을 바라볼 때, 한민족의 근본 통치 이념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따르는 이유다. 『주역』 의 이치를 따른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원망을 줄여나가는 길이며, 허물을 스스로 덜어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