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사냥 지식 DIY 시리즈
김교락 지음 / 뻥뿅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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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책이다. 투박한 표지,500페이지 두꺼운 책 속에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들어 있다. 목차 또한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일 뿐,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자의 독서 이력과 그에 따른 생각을 통한 사유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저자의 사유 속에는 우리 정치 이야기가 들어있다. 저자는 앞부분에서 우리가 독서를 안하는 이유를 TV 매체에 찾고 있으며, TV 를 통해서 어떤 책에 대한 요약과 설명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독서를 안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했다. 과거 30년전 독서에 관한 전문 채널이 없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저자의 말은 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를 안 하는 사람들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조차 보지 않는다. 책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책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있어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평론가나 패널들에 의해서 끄집어 내고,우리는 그것을 공유하게 된다.  내가 잊어버린 이야기들을 다시 재생시키며, 내가 읽은 책이라면 다시 보게 되고, 생소한 책이라면 사보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에 관한 저자의 일갈이 엿보인다. 대통령이 되고, 퇴임후 고향 봉하마을에 내려와 자연과 벗하며 살아갔던 노무현 대통령의 삶.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 난 뒤 조용히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극히 정치적으로 살아왔던그는 퇴임 이후 그 정치적인 것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건 어쩌면 죽어있는 권력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눈에 가시였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정치적인 삶 속에서 그는 정치에 의해 살아났고 정치에 의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운영이었다. 그는 팬은 있었지만 스스로 적의 칼날에 자신을 지킬 수 잇는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과거의 역사는 다시 되풀이 된다는 그 진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조차 빗겨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서양의 문화와 과학기술, 그들의 모습에 대해 동경하는 것처럼, 사양 또한 동양 문화와 철학에 대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하나 만으로 호기심을 끌어내고 서로에 대해 관심을 표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컨텐츠 싸이(PSY) 가 세계속에 널리 퍼졌던 그 안에는 지극히 동양적인 것이 묻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문화 컨텐츠가 한국적인 것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그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양적이면서 한국적인 색채를 가진 싸이의 또다른 이면엔 서양과 교차되는 것이 있었으며,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콘텐츠를 서양에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가 가진 문화 컨텐츠가 한글로 표현될 때와 영어로 표현될 때 그 가치는 크게 변형되거나 변질 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도 드러난다. 지극히 일본적인 문학을 추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서양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영어적인 소양에 있다. 일본적인 것을 외국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모습은 박경리의 '토지'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독창적인 반면에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면 토지가 가지고 잇는 한국적인 색과 가치가 깨진다는 것, 그것이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문제였으며, 세계적으로 확장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부족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며칠에 걸쳐 꼭꼽 씹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매일 매일 저자의 생각과 사유가 하나의 소재가 되어서 매일 매일 기록된 한권의 책,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이 책 표지의 투박함 마저 저자의 사유를 표현하고 잇는 건 아닐런지, 꾸미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사유, 남의 것을 취하지 않으려는 그의 자기 중심적덕인 성향,그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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