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 딸이 딸에게 전하는 끝끝내 내 편이 되어줄 이야기
강지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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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구겨진 종이를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두고 손바닥을 펼쳐 종이를 좍좍 편다. 구겨진 종이를 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구겨진 종이를 펴면 아주 부드러운 상태가 된다. 여기 쓰인 글들은 전보다 부드러운 종이 위에 적은 것들이다. (-7-)

이제 나는 안다.어른이라는 ,가장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을 뿐 아버지는 그때 아무 것도 몰랐다. 아버지는 그때 고작 마흔을 넘긴 청년이었다.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상처는 어떻게 증식되는지,분노와 자괴는 무엇을 망가뜨리는지, 자식들의 마음이 어떤 형태로 일그러지는지, 그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막한 심정이 되어서, 자신을 떠난 여자를 증오하면서 ,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거다. 나와 아버지는 매일매일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삼키는 심약한 전사'로 자랐던 게 아닐까. (-26-)

열 네 살,"너는 꿈이 뭐니?" 라는 말을 "밥 먹었니?"만큼이나 많이 듣는 나이. 그러나 어린 나는 꿈이 없었다.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도, 어른은 무엇인지도 도무지 알수 가 없었다. 내가 아는 어른들은 늘 불안정했다. 열 네살.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나이. (-97-)

아이에게 나 같은 성향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물꼬를 터준 것은 분명하다. 상담사는 끊임없이 '나'의 기분과 감정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나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내가 드디어 나의 마음에 대해 궁금해하디 시작한 거다. 서른 여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156-)

누가 뭐래도 나는 다정한 사람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손해보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호구 취급받는 날도 왕왕 있다.남에게 다정하려다 내 몫의 일이 아닌 걸 받아들이고 "이건 거절했어야 하느 일인데..."하고 중얼거리는 날도 많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싶다. (-217-)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다. 시만을 쓰고 있을 때 역시 글의 힘을 믿도 있었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해 시로 한 번, 에세이로 또 한번 기록하니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 (-244-)

인간의 삶은 환경에 종속된다. 내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내 삶의 가치관,신념, 좌우명,꿈과 목표가 달라지게 되고,나의 인생 방향이 변하게 된다. 나의 기질보다 환경의 지배를 더 많이 받고 살아간다. 특히 가족 중 한 사람의 부재는 애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그로 인해 나는 서서히 다른 사람과 차이를 보여주며 ,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시인 강지혜의 『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에는 삶이 기록되어 있다. 비밀 일기장과 같은 느낌이며, 공개된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일기다. 중학생이 되기 전, 부모는 이혼하였고, 마흔이 넘은 아빠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아빠와 딸 사이, 서먹서먹하였고, 다른 가정과 다르다는 것은 삶의 결핍을 이어졌다. 어른들이 꿈이 뭐냐고 할 할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아빠도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고, 자신도 아빠에게 어떻게 다가가애 하는지 ,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꿈을 말하면서, 희망 보다,걱정, 근심을 먼저 생각 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꿈이 있어서, 스스로 좋은 어른이 되길 바라는 염려와 함께 지나친 오지랖으로 인해 아이는 스스로 위축된 삶을 살게 된다.

어려서 느낀 부정적인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 가정을 꾸리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내 아이가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향이 아이에게 똑같은 성향으로 되물림되지 않기를 워한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를 알아감으로서, 어른스럽다는 주변의 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특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미치는 내 삶에 대한 절망감, 자신이 결혼하고, 서른 후반이 되어서, 그 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가 되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이제 알게 된다. 아버지와 딸, 서로 교감하고,서로 공감하면서,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긍정적인 삶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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