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온도 - 나 홀로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
오지브로(이태윤) 지음 / 여니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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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산은 고요하다 이야기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밤에 혼자 산에 누워 있으면 야생동물 울음소리부터 돌 굴러가는 소리 등 별별 소리가 다 들린다. 솔직히 겁날 때도 있다.

그런데 그 긴밤을 지나 일출이 시작되고 햇빛이 온몸을 감싸면 마치 산으로부터 보호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10-)

여름에 비를 맞으면 올라갈 때는 덥고 정사에서는 추위가 느껴진다. 더군다나 침낭 없이 자면 몸이 오돌오돌 떨릴 정도로 춥다. 너무 추워서 꼬박 밤을 새울 때도 있다. 한숨도 못 잔 상태인데도 일출을 마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해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나는 겨울에 비박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힘겨운 산행 후 박지에 도착해 짐을 푼다. 그리고 맑은 산공기를 들이마신다. 맑은 공기, 바람소리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주변의 흙, 나뭇가지, 나뭇잎 등등을 이용해 잠자리를 마련하면 금세 5성급 호텔이 완성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 호텔이다. (-29-)

보통 이런 곳은 안전상의 이유로 나처럼 1인 등반보다는 여러 명이서 함께 오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넘어져 다치거나 고산병이 왔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장과 산장 사이에는 위급 상황시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3,000미터 정상 부근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기도 하고,산장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신상정보를 적었다. 가지고 있는 물이 부족해 산장에서 구매하면서 맥주 한 캔도 자판기에서 뽑았다. 한국에서 준비한 간편식으로 식사하는데 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온도 떨어져 섭씨 0 도에 가깝게 되었다. (-98-)

굴 속에서 잠을 자면 어떤 기분일까.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 굴속에서 비박을 하면 어떨까를 고민하다가 든 생가의 파편이다. 꽤오래전 등산을 하다가 이 굴을 지나치면서 나중에 여기 들러 비박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굴속에서 하룻밤을 자고 싶어 다시 그곳을 찾았다. (-134-)

내가 매주 고된 비박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운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박을 하고 싶더라도 건강한 몸만 있다고 매주 비박을 할 수 있느 것은 아니다. 인간의 체력이란 어느 순간 금방 고갈되고, 포기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기 때무이다.비박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정신력이 중요한 이유다. (-170-)

이태윤의 『정상의 온도』은 12월에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프로축구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인생의 행로길이 바뀌고 말았다. 오로지 축구선수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걸어논 길, 축구에서 부상은 치명적이었고, 은퇴는 필연적인 운명이기도 하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방황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축구 선수가 아닌 , 등산 전문가,비박 전문가가 되었으며, 작가 이태윤이 아닌 비박 유투버 오지브로 로 더 알려지게 된다.

무명 축구선수로 살아온 인생, 유명한 유투버 오지브로로 살아온 두 번째 인생, 작가는 고된 훈련 대신 고된 비박을 지속하게 된다.비록 부상은 입었지만, 체력이나 체격은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을 타고, 절벽 끝자락에 비박을 하고,그것을 하나 하나 유투브에 올려서 편집하는 과정들은 지난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15년동안 160여개 산을 다녀온 경험이 이 책에 녹여 내리고 있었다. 눈물과 감동, 자신의 인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희열을 느꼈으며,비박으로 자연과 가까워지고 ,야생동물과 벗할 수 있게 되었다. 스산하고, 어두 컴컴한 곳에서,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세웠고, 눈에 덮힌 곳에서, 침낭에 의지해 비박을 청하게 된다. 인간이 생각하는 차가움, 추움이라는 것이 어디에는 통하지만, 어디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 『정상의 온도』 에서, 정상 (頂上)이란 산 의 최고 높은 곳을 뜻하기도 하지만, 애 삶에 있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최고를 뜻한다.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성실함으로 고됨을 극복하면, 작가 오지브로처럼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의 삶에서 신뢰와 자연의 지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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