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하고픈 시 - 개정판
윤동주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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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16-)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져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얻을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것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 (-41-)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59-)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그러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갈리에 살자 (-62-)

시집 『평생 간직하고픈 시 (개정판)』 에는 그리움이 있고, 사랑이 있으며, 삶이 있으며,행복과 기쁨이 존재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견뎌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슬픔과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면 내 몸이 부서질 수 있는 잔인한 후회를 할 수 있어서다. 시집 속에 저항시가 눈에 들어온 이유, 그 안에 담겨진 나라를잃은 조선의 울분이 시에 느껴졌던 이유도 그러했다. 분노할 수 있는 아픔이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에,노여워할 수 있는 그 순간에,사랑을 얻는 자는 사람을 아끼고,그리움을 느끼며,인생의 인내를 아는자이다. 인내만이 사랑의 본질이 된다.

시간은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영원한 고통은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끝날 수 있는 아픈 고통이기에,그래서 함께 할 수 있었고,그래서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었다. 결국 우리에게 놓여진 것은 죽음 앞에 서 있는 나약한 자화상일 것이다. 백석 시인이 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그래서 깊은 의미를 지니고,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 서 있는 단 한명의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움 속에 서러움이 묻어 난다. 그것은 우리가 민족 저항시인을 좋아하는 이유이면서, 그 저항시인이 쓴 시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시가 쓰여졌전 그 시점,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너무나도 알기에 ,그래서,화낼 수 없었고, 현재 처한 내 삶이 바닥이라 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다. 나보다 더 아픈 삶을 견디며 살아온 이들이 있어서, 내 삶에 위로와 치유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도종환의 시는 우리에게 삶과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하며, 아내에게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고 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여성의 아픈 삶이 결국 남성의 역할이 바뀌어야 여성의 온전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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