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 - 오타쿠 겸 7년 차 일본어 번역가의 일과 일상 이야기
소얼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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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하세요?"

직장이 곧 집인 프리랜서 번역가라 '출근하지 않는' 나를 만난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인데 매번 당황스럽다.

"아, 저요. 번역하고 있어요."

동시에 생각한다. 정확히 무엇을 번역하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요. (-4-)

소설 번역은 5년 전까진 TL 소설을 번역했고 지금은 라이트노벨을 중심으로 번역하고 있다. 아무래도 소설이다 보니 번역 작업하는 기간이 길어서 1년에 2~3권 나오면 많이 나왔다 하는 정도다. 그래서 업무에서 매우 비중이 낮은 편이다. 라이트노벨은 주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액션물, 러브 코미디를 많이 번역하는데 최근에는 백합이라고 불리는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작품도 번역했다. 장르물 출판 분애는 그때그때 트렌드가 다른데 요즘은 백합물이 눈에 자주 띄는 것 같다. (-36-)

내가 산업 번역 분야에서 주로 번역하는 것은 설문조사, 식당, 여관 사이트 등이다. 출판 번역가로서 처음 접해본 산업 번역의 세계는 정말 넓은 데다 신비로움 그 자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번역 프로그램도 종류가 꽤 다양하지만 트라도스, 베모큐 등이 가장 유명한 것으로 안다. (-66-)

출판 번역과 산업 번역은 같은 번역이라도 이처럼 작업을 하는 데 있어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늘 당황스럽지만마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파스타집의 메뉴를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을 땐 혼자 배시시 웃었다. 앞으로 한국어 메뉴판을 보면 내가 번역한 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춯판 번역과 달리 산업 번역은 역자의 이름을 올릴 수 없지만, 산업 번역 역시 소소한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일이다. (-72-)

게임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잇다. 그것도 한국에는 몇 없던 여성향 게임 제작사였다. 참 지독한 덕업일치였다. 당시 회사는 구로구에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등대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구로의 등대'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밤에도 회사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즉 야근이 잦았다.

약 1년 가량을 근무했고 퇴사할 대 '소얼 씨처럼 오래 있어 준 사람 드문데 고마웠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회사 다닐 때 몇 달만 일하다가 그만둔 직원이 떠오르는 것만 다섯 명은 넘는 거 같다. (-103-)

작가 소얼은 7년차 일본 번역가이다. 집에서 번역을 하는 프리랜이지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저자의 직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어서다. 성민물을 번역하는 번역가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이 있으며, 성인 번역가가 있기에 ,일한 ,한일 성인 번역물 시장이 존재한다.

시장은 존재하지만, 그 시장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말하지 않는다. 소설TL도 번역하고 있으며, 라이트노벨도 번역하고 있다. 출판 번역가 뿐만 아니라, 산업번역 일도 의뢰 받아서, 번역 작업을 한다. 문서 뿐만 아니라, 언어가 쓰여지는 모든 영역에 ,번역작업이 시행되고 있다. 일본음식이 판매됨으로서, 일본식당이 늘어나고 있으며,자연스럽게 일본메뉴 판 에 대해 번역 의뢰가 주어지고 있다.특히 일본은 성인물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으며, 한류 열풍에 의해, 한국 성인물이 일본으로, 일본 성인물이 한국으로 번역하고 있다.

소얼이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닌 필명이다. 자신의 이름보다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댜. 7년간 일본번역가로서, 번역 일을 하면서,자신이 하는 일을 분병하게 말하고 싶었다. 덕업일치, 내 주변에 저자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그 직업을 가진 부모는 호적을 파버린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그만큼 성인물 번역은 부끄럽거나, 사회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당하게 번역을 하면서, 우리 사회는 저자의 직업을 범죄와 엮을 수도 있다. 오해는 이렇게 생긴다.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독특한 정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과 일본은 문화와 역사,무역 전반에 보수적인 색을 드러내고 있으며, 19금에 대해서, 오해, 혐오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당당하기에 부끄럽지 않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업에 대한 귀천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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