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인터뷰 글쓰기 잘하는 법
은정아 지음 / 산지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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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온기 가득한 시간만을 담지 않는다. 아니 담을 수가 없다. 우리 삶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의 카메라는, 아흔이 넘었지만 아니 아흔이 넘었기에 아프고 슬프고 힘든 일로 가득한 할머니 삶을 묵묵히 따라간다. 영화는 최대한 담담하게 할머이의 모습을 그리려 애쓴다. 할머니에게 너무 밀착했다 싶으면, 카메라는 멀어진다. 솔직하게 기록하되, 과장하지 않으려 적정거리를 유지한다.할머니의 '성가신 삶' 을 아프지만 따뜻하고 정직하게 기록한다. (-24-)

형식을 잘 갖춘 좋은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할는 사람이다. 사려 깊은 질문지를 완성하는 것은 나의 태도다. 우리는 취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묻는다.

질문이라는 형식 너머 할머니의 삶을 응시하자. 말하지 않은 것들을 듣기 위해 노력해보자. 할머니의 입장에서 생가하고 사려 깊게 바라보자. (-59-)

인터뷰하다 보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를 만날 때가 있다. 수여선 기관사 할아버지는 수집과 정리를 매우 잘하는 분이셨다. 매일 착용했던 1등 기관사 배지, 40여 년 전 사라진 수여선 열차의 지도, 티켓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서랍 속에 가득했다. 이런 자료들은 카메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글 속에도 묘사하며 다양하게 활용된다.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는 인터뷰이의 뜻에 따라 박물관에 기증할 때도 있다. 어떤 경로든 인터뷰이의 의사를 존중해 안전하고 바르게 제자리를 돌려보내자. 그것이 우리에게 기꺼이 실물 자료를 보여주고 빌려주신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다. (-121-)

할머니 삶은 짧게 정리해도 요동친다. 소녀에서 아내, 빨갱이 가족, 피난민,구박받는 며느리, 집안을 실린 대들보가 되기까지 할머니의 삶은 수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서며 단단해졌다. '돌보리 직접 차본 사람이랑 알기만 하는 사람은 달라' 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할머니의 삶 위에서 피어난 생생한 잠언이다. (-128-)

얼마 뒤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나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글을 쓰며 감정을 복기했다. 당황하고 무섭고 억울했던 나의 마음이 차례로 원고지 위에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원고지 열 자이 채워졌다. 개운했다. 후련했다. 밀린 빨래를 다 해서 햇볕에 말린 것처럼 마음이 뽀송해졌다.

그 글이 글짓기 최우수상을 받았다. (-192-)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겨서다.인터뷰,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앗던 그 일, 그 숙제가 내 앞에 떨어졌다. 골목길 기획 아카이빙, 그리고 지역 버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 인터뷰 대상이 친한 사람이든, 친하지 않은 사람이든 간에, 문화 아카이빙, 역사 아카이빙을 해야 하기 대문에, 굳이 안읽어도 되는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의 인터뷰 요령과 합목적성 그리고, 인터뷰 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었다. 누군가를 인터뷰시 우선 녹음기가 필요하다.그리고 경청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머저 가까운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중요하다. 들을려는 자세, 진문지에 맞게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기억을 따라가면서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갈 수 있다. 휴대폰 녹음기 뿐만 아니라 소형 녹음기가 필요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국사 시간에 흔히 써왔던 연표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구술에 의존하여 한사람의 인생 연표를 직접 만들거나,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또다른 기억을 이어나가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나 때묻은 사진드 하나하나를 담아간다면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조심스럽게 물건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인터뷰의 기본이며, 질문지에 의해서, 말투와 언어 습관, 그리고 명확한 목적, 한 사람의 인생 속에 켜켜히 묻어나 있는 시대와 상황, 장소에 대한 이해, 묘사와 대화를 통해 농익은 경험의 지혜를 기록할 때면, 서로에 대한 이해는 깊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직한 구술 기록이 흰 종이 곳곳에 켜켜히 채워질 수 있다. 간결한 문장 사용과 담백한 글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퇴고를 통해서 기록의 군더더기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즉 인터뷰를 통해 시간을 종이로 옮길 수 있으며, 기록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붙잡게 된다. 시간 속에 채워지는 감정과 호홉, 감상,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생까지 관계의 연결성, 사람과 장소,시간의 연결성까지 끊임없이 기록하며, 삶을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인터부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인터부 과정 속에서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맥락과 맥락 사이에 숨겨진 사람의 진솔한 경험을 담아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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