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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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우라고 아니? 모델계의 전설. 우리 때 엄청 날렸거든. 걔가 날 얼마나 따라다녔다고. 휴가를 얻어 집에 내려갔는데 글쎄. 연서를 보낸 거야. 시골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갖고..큰오빠한테 죽을 만큼 두들겨맞았지. 우린 그런 시절을 살았어."
그녀의 거짓말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그건 훈련한다고 되는게 아니다.타고나야 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갈 뻔했다는 건 진실이고 모델계의 전설 도민우가 따라다녔다는 건 거짓이리라. 추임새를 넣어주면 길어지므로 어디까지 듣고 일어설 것인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애매하게 행동하면 거짓말에 잡아먹히고 만다. (-21-)


문제는 나다. 나는 그녀의 거짓말에 번번이 반응한다.도대체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조곤조곤 얘기하던 그녀가 별안간 있지, 하고 목소리를 낮추면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거짓말를 그치게 하는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나는 이제나 저제나 그녀의 말을 자르고 들어설 틈을 노리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딴전을 피우거나 하품한다. 그렇게 넌더리를 내도 그녀는 모르는 척 시침을 떼며 거짓말을 이어간다. 천부마트 기범이도 단번에 알아먹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데도 매장 앞을 지나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본다면 나를 형편없이 되바라지고 닳아바진 여자로 여길 것이다. 그녀의 거짓망이 매장 밖까지 들리는 건 아니니까. (-23-)


소설가 이현수의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에는 ''리플리 부인','마리나 나의 마리나','돈의 수사학','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연작으로 이어진 연작 소설이다.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건,우연히 내 현실앞에 놓여진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서 좀 더 가까이 접해보고, 현실 속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누군가의 신리를 느끼고 싶어서다. 조현병이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어도,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소설은 먾지 않다.영화 <리플리>는 나와 있지만, 실제 내 앞에 놓여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도 내 앞에 어떤 현실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주인공, 정하연이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 정하연은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쓰고 있으며, 주인공은 그녀의 이름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혜경이라는 또다른 가명의 이름과 정복순이라는 본명을 찾게 된다. 진실과 거짓을 섞어가면서, 사람을 우롱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주인공 정복순의 행동 하나하나 본다면, 소설 속 주인공이자 가해자인 리플리 부인과, 리플리 부인에게 우롱당하는 피해자의 심경을 읽을 수 있다.천연덕 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정복순의 실체를 보면서, 정작 피해자인 또다른 주인공이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리플리 부인은 자기기만과 교연영색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내뱉는 거짓과 진실이 섞여 있는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 사람, 크게 동요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자신의 낮는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능숙하게 거짓말을 사용하고 있다.내  안의 열등감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리플리의 본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을 즐기면서, 여러 사람을 낚아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만들어 낸다. 적극적으로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고, 심장 박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좌절과 고통 속에 휘말리는 것을 가해자는 즐기고 있다. 스트레스는 가해자 몫이 아닌 피해자 몫으로 남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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