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연애시
정성태 지음 / 신세림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와 더불어 아름다운 일이기를

새벽으로 난 맑은 숲길을 걸으며
삶을 찬미하는 거룩한 일이기를

오롯한 사랑의 마음만 자리해
그의 숨결에 물드는 햇살이기를

거기 깃든 모든 사랑의 서약이
언제나 끝나지 않는 기도이기를 (-12-)


사랑은 서로를 배우는 행위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쉼없이 배워가는 행위입니다.
제 아무리 깊은 사랑일지라도
제 아무리 뜨거운 사랑일지라도
두 마음의 깊어진 사랑만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자칫 미움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쉼없이 알려주는 행위입니다.
설혹 사소한 것으로 다투고
또는 질투로 인한 오해가 생길지라도
혹은 크고 작은 허물을 보게 될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배워 나는 만큼
믿음도 그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32-)


인연

비록 길이 멀다하나
사랑은 운명과도 같아
거기 빛나게 서 있나니

주어진 인연이라도
설혹 약속이 없을지라도
더불어 와야 할 때를 안다. (-33-)


겨울철에 전하는 사랑

비록 겨울밤에 깊어
저 홀로 차갑게 쌓일지라도

그러나 가슴 덮히며
지금 순간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여기 우리가 나누는
따뜻한 사랑의 얘기
그 정겨운 목소리 때문입니다.

비록 세상이 험하여 
아무렇게나 일그러질지라도

오늘 우리의 사랑이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거기 훤히 불 밝히며
끝내 다다라야 할
순결한 믿음이 있는 까닭입니다. (-72-)


누군가 울고 있다

누군가 울로 있다.
마음 속 애절한 정한,
켜켜히 묻어나는 
길고도 질긴 그리움의 노래.
여전히 파묻지 못한 채
지금 한 여인이 울로 있다.

밤이 이슥토록 
나도 따라 흐느껴 울고 있다. (-102-)


내 안의 고향

슬픔도 깊어가는 노을이다.
떠나는 것들도 제각각
언젠가는 종착역에 다다르고
날을 새던 기억도 
기어이 잊어지는 게다.

오늘 철썩 같은 인연도
그 굳이 약속도 한낱
다시 피고 지는 꽃잎과도 같아
반드시 마음 둘 일만은 아니어서
행여 마른 바람 서걱거려
부질없는 생채기만 깊을까 함이라.

그라나 혹여 그대 가던 길에
키 큰 가문비나무라도 만나거든
흩어진 심사 추스리며
내내 억겁을 보듬을 일이다.
스스럼없는 강물에 몸을 담고
서로 바다를 향할 일인 것이다. (-153-)


지금 내 사랑은 슬프다.

널 미워할 수 없는
지금 내 사랑은 슬프다.

선명한 편린들 여전히 남아
찌는 폭염 속 애절히,
호홉조차 두려운 열기를 토하는데

그럼에도 잰걸음 아득히 막혀
너에게 이르는 길은 멀기만 하다.

매 순간 온 몸을 떨며 일어서는
기억의 내밀한 자락 어디에서건
지금 내 사랑은 그렇게 슬프기만 하다. (-165-)


사랑을 느끼고, 죽음을 응시하게 된다. 사람은 사랑을 노래하고, 내 안의 사랑의 민낯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내 안의 내 사랑을 이해하고, 내 안의 내 조건과 상황을 깨닫는 것, 그 하나 하나에 대해서 ,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되며, 나를 오롯이 바라보게 한다.


시인의 여러 시들 중에서 내 마음과 일체화하는 시들을 담아갈 수 있다. 사랑은 사람을 통해 배우고, 평생 배우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꿈꿀 수 있다. 사랑에 대한 감정과 느낌, 알알이 맺히면서, 내 삶이 하나 둘 채워나갈 수 있고, 내 삶의 근본을 완성해 나간다. 봄에 느끼는 따스한 사람, 여름에 느끼는 따뜻한 사랑, 가을에 느끼는 서늘한 사랑, 겨울에 느끼는 차가운 얼음장 같은 사랑은 내 삶 속에 곳곳히 파여 있었으며, 내 사랑이 슬프다고 말하는 시인의 시적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사랑을 응시하고, 사랑의 끝자락에 현존하는 죽음을 기억하는 것, 용서와 이해, 배려와 존중도 사랑의 하나이며, 믿음과 애증도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 사랑하는 그 마음, 사랑에 대한 표현을 한다는 것은 표현이 사랑을 통해 만들어지고, 내면 속 안타까움,그리움 조차도 사랑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성장과 성숙의 동력이 될 수 있다.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쁨과 절망과 슬픔과 행복을 공유한다는 데 있었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스스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고, 종족번식의 열매를 완성해나갈 수 있다.온전히 육체적인 사랑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이 확립되는 그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사랑받는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며, 온몸의 피가 다 빠져 나간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인간이 사랑은 인지하고, 그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절망과 상실에서 회복하는 삶도 사랑에 있으며, 내 삶에, 내 인생에 절망과 상실이 찾아오는 것도 사랑이다. 즉 시인은 내 앞에 사랑이 찾아올 때,도피하지 말고, 회피하지 않으며, 내 사랑으로 모든 감정과 느낌을 받아들여야 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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