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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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기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최고 맛있다. 봄은 어느 계절보다 밥상이 풍요롭고 입이 즐겁다. 나물을 캐고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소리가 잦아들며 봄날은 간다. (-15-)


취나물, 참나물, 다래순 등 나물 몇 가지를 그저 절에서 배운 대로 오신 채 놓지 않고 국 간장, 된장, 참기름으로 단순하게 무쳐 풀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렸다. "이 집 나물 참 맛있다! 누가 했어. 계화 결혼 잘했네." 나물 덕분에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68-)


밭에서 나는 것에 따라 밥상이 달라지고, 노동량에 따라서도 음식이 바뀐다. 흙일을 한므라 땀을 뻘뻘 흘리는 날엔 고기를 삶는다. 여름에는 보양으로 장어를 먹고, 청각냉국을 수액 삼아 마신다. 무엇을 먹든 일상의 밥상이 양식(糧食)이다. (-111-)


음식도 그릇도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흙도 전문 광산과 채굴해 주는 이들이 있어 옛날에 비하면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옛날엔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손으로 직접 파니까 훨씬 귀하고 비쌌다. 흙 한 자루 값이 쌀 한가마니의 몇 배나 되었다. 그래서 좋은 흙이 나오면 삽도 물레도 깨끗이 씻고 신발도 털며 신줏단지 모시듯 했다. (-161-)


발밑에서 느티나무 잎이 서걱거리고 나뭇잎을 떨군 가지 위로 하늘이 열린다. 밭 가장자리에 심은 비자나무 아래를 돌며 비자 열매를 줍고, 감을 깎아 마당 한 편에 매단다. 태양초 고추를 따서 말리고, 능이 버석을 다듬고 있으며 부엌에서 참깨 볶는 냄새와 장작 타는 냄새가 섞여 솔솔 풍긴다. (-183-)


내가 가덕 대구나 송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호래기(반원니꼴뚜기)를 보면 어머니를 기억하며 맛있게 먹는 것처럼 그 역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구는 담백하고 심심한 무(無) 맛이 매력이다. 맛이 없는 것을 맛있어 하는 것이다. (-248-)


가을에 깎아 매단 감 틈틈이 빼 먹고, 봄에 말려 둔 나물 때때로 무쳐 먹으니 겨울이 든든하다. 홍오, 대방어, 참복, 밀복, 대구가 잡히는 계절. 젓국 내려 달이고 고춧가루 빻고 김장 준비가 한창이다. 콩을 삶아 메주도 쑨다. 나는 장작을 패서 가마 불 땔 준비를 하느라 한겨울에 땀을 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언 땅에서 겨울초가 돋고 ㅂ좀동이 올라온다. 또 한바퀴 돌았다. (-263-)


끝을 보고 때려라, 빨리 더 쳐라. 들면 안 돼. 잘 잡고 빼라. 허리 펴고 머리 들고 한 발 뒤로 리듬을 타고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 새 땀 샘 폭발 중간을 때려라. (-284-)


어머니는 원래 육류를 잘 안 드시는데, 어쩐 일인지 호래기(반원니꼴뚜기)는 맛있게 드셨다. 배고플 때 호래기 생물을 김장 김치로 돌돌 말아 싸서 먹으며 맛있다 하셨고, 끓는 물에 데친 호래기를 등뼈 빼내고 잔파 송송 썰어 데친 호래기를 등뼈 빼내고 잔파 송송 썰어 넣은 초장에 찍어 먹는 것도 즐기셨다. 식성도 유전이 되는지 나도 호래기를 좋아한다. (-323-)


제철에 나는 음식이 내 몸에 좋은 음식이다. 음식에는 사람이 생각나고, 관계가 있으며, 과정이 있다. 밭에서 나는 제절 음식, 나물과 고기,해산물, 산에서 나는 산촌음식들, 정성과 노력,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음식의 가치이며, 때로는 눈물겨운 인내가 요구될 때도 있다. 봄이면, 참꽃, 즉 진달래가 피고 ,진달래의 맛과 향이 바지락을 떠올리게 한다. 해산물과 꽃을 음식으로 즐기는 무색무취 사찰음식을 가까이한다. 맛을 즐기면서, 멋에 대해 느끼는 것, 음식에서 삶의 깊이와 폭을 갸늠하게 되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은 아니라는 걸, 저자 신경규님의 책을 통해 느끼고 사유하게 된다. 입식은 눈으로도 즐기게 된다. 식도락, 미각, 음식 철학이란 무엇이며, 음식을 통해서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 음식이 내 삶에 이로운 점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사찰 특유의 음식 재료에서,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낸다. 가까운 부석사 이야기가 책에 등장하고 있다. 가까운 풍기 인삼을 사찰 음식 재료로 맛깔나게 언급하고 있다.


호래기, 그리고 송이, 저자는 호래기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고, 매년 송이를 사서 아버지를 그리면서, 가족과 맛과 향을 즐기고 있다. 송이라면, 송이와 라면의 조화로움, 그 조화가 내 삶을 행복에 젖게 만든다. 가을이면, 감을 먹고, 달콤한 홍시를 내 입속에 쏘옥 삼키며, 내 마음을 즐겁게 하며, 겨울이면, 결에 따라 장작을 패고, 그 장작 불에 따라, 그을음이 발생하는 제철음식과 가벼이 하게 된다. 정성이 있고, 노력이 있고, 누군가의 삶이 음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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