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왕 : 잿병아리 나르만 연대기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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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의 입에 난 무수한 더듬이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것은 움직임을 멈추고 크게 한번 울었다. 금속을 긁는 듯한 소리가 텅 빈 어둠 속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어때까지 빛이 닿지 않아던 어둠이 힘을 일었다. (-7-)


빵을 다시 품에 넣고 아이샤는 얼른 뛰었다. 땅바닥을 덮은 재를 걷어차며 왕의 탑으로 향했다.
도중에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나타났다. 가늘고 탄력있는 팔다리를 뽐내며 맨발로 달리는 온몸이 재투성이인 잿병아리들, 모두 눈이 반짝거리고 표정도 신났다.
"아이샤,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다!" (-15-)


'타스란이 파는 튀김 방이나 과일을 살 손님은 없을 텐데?' 라고 생각한 아이샤의 얼굴이 어색하게 굴었다. 타스란은 불쾌하지 않았다. 자신의 특이한 외모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장사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을 고용해 주는 사람을 알고 있어."
이쪽이라면서 타스란이 고독을 걸었다. 아이샤가 느릿느릿 쫒아왔다. 걸음걸이가 불안정한 이유는 돌바닥 때문이리랴.(-41-)


무서운 겉모습과 달리 타스란은 무척 다정한 사람이다. 대사막에서 아이샤가 쓰러지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 준다. 말수는 적지만 가끔 건네는 목소리에는 아이샤를 향한 배려가 가득했다. 아이샤는 타스란과 함께라면 그 어디도 무섭지 않았다. 타스란이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게 피부로 전해져 온다. (-57-) 


사르진은 왕과 동갑인 스물다섯 살의 젊은 장군이다. 크고 늠름한 몸을 모래 사자처럼 단련하여 은을 흩뿌린 칠흑 갑주가 무천 잘 어울린다. 세워드보다 위협적으로 생겼으나 그 역시 단정한 얼굴이고, 피랗게 물들인 턱수염과 귀에 단 금귀걸이에서 털털한 성격이 엿보인다. (-104-)


몸을 일으킨 아이샤의 손을 작고 차가운 손이 붙잡아 당겼다. 원숭이 난쟁이는 인간보다 밤눈이 밝다고 타스란이 말해 준 적이 있다. 지금은 원숭이 난쟁이를 따라가야겠다. 아이샤는 힘을 빼고 원숭이 난쟁이가 이끄는 대로 달렸다. 그런데 얼마 가지 원숭이 난쟁이의 손이 쑥 빠졌다. 당황해서 더듬거렸으나 아무리 닿지 않았다.(-142-)


타스란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언젠가 평범한 몸이 되고야 말겠다고 지금까지 마음을 다잡으며 살았어. 그러면서도 내 몸을 불길하다고 여기는 마음도 늘 있었지. 우리 가문에는 괴물의 피가 흐른다는 소문이 따라다녔으니까, 그런데 그런 마음이 처음으로 밝아졌어." (-192-)



청의왕 탑의 소녀, 청의 왕 왕의 탄생에 이어서, 나르만 연대기 세번째 이야기 백의 왕이 돌아왔다. 이 소설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모험과 용기의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고 있으며 ,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느낄 수 있다.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왕이 아닌, 나르만 연대기 첫번째, 청의 왕 :탑의 소녀에 등장하는 탑의 소녀 였다. 나르만 제국에서, 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한 여정, 그 물건은 어떤 한 지점에 있었고,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잿병아리라 불리는 아이 , 아이샤가 필요했다. 마법의 세계관, 인간이었던 아이샤가 걸어가는 위험의 길에 대한 여정에는 고난과 고통이 수반되었고, 때로는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아이샤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는 괴물이라는 낙인이 찍힌 타스란, 둘은 서로 함께 가면서, 배려하고, 다 나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면서, 물건을 얻는 과정에서 성장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었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고, 쉽게 넘어지는 상황 속에서, 무언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와 관계를 얻게 되는 것이다. 타스란과 아이샤 앞에 또다른 장애물 나르만 제국의 왕 세워드 3세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힘, 그것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놓여지게 되었으며, 아이샤와 타스란은 모험을 즐기는 과정에서 또다른 가치,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잿병아리로서, 삶의 지혜를 찾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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