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통역사의 성장 에세이
박정은 지음 / 서사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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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라고 하지 말고 엄마라고 물러, 알았지?"

집을 나서며 큰 고모는 내게 밖에서 자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당부했지만 나는 차마 고모를 어마라고 부를 수 없었다.말이 트이고부터 한 번도 엄마를 불러 본 적이 없는 데다 고모는 고모였기 때문이다. (-19-)


그렇게 자란 나는 현재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기도 하고, 간혹 외부에 나갈 일이 생기면 남편이 업무 시간을 조엉해 아이를 돌본다. 시댁이나 친정 모두 아이를 맡길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둘이서 '오늘 등원은 너,내일 하원은 나'이런 식으로 순번을 정했다. 이렇게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하물며 아빠는 혼자서 둘을 보려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나와 동생은 서로를 돌봤다는 것이다. 서로의 친구가 되어 주고 외롭거나 무섭지 않게 지켜 주었다. (-54-)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아바가 왜 새 엄마를 만나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혼자된 아빠는 가정을 꾸리고 싶어 그랬을 것이다. 남편도 혼자서 며칠 간 딸 아이를 돌보면 힘들어 하는데, 아바는 딸 둘을 혼자 키우려니 얼마나 더 고단했을까, 특히나 그 시대의 남자들에겐 힘들다는 푸념조차 허락되지 않았을데니 더욱 몸과 마음이 상했을 거다. (-97-)


엄마와 비슷한 순서로 화장을 할 때 엄마 생각이 많이나. 싸고 실용적인 옷을 잘 고랐을 때도, 맛있는 찜닭을 만들 때도 ,명품 가방을 멘 여자를 봐도 그걸 메고 싶어했던 엄마 생각이 나.내가 좋은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도, 결혼을 했을 때도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보다 엄마에게 내 아이를 더 보여 주고 싶었어.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평생 기억에 남은 건 그만큼 엄마가 우리를 진하게 사랑해 주었기 때문일 거야. (-124-)


홀아비의 자라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나의 어깨를 한껏 으쓱하게 만들었다.
많은 자녀가 그렇듯 나 또한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한 부모 가정이라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일들, 드러내기 부끄러웠던 지난날들은 나의 성공적인 취업으로 모두 상쇄될 것 같았다. (-174-)


한부모 가저에 대해서, 남사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 가정이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싶지 않는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부재했을 때, 아이는 마치 자신으로 인해 생긴 것 마냥, 죄지은 것마냥 위축되어 살아가야 했고,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예민한 성장과정을 거쳐가게 된다.그럴 때 우리느 스스로 좌절하게 무기력해진다. 작가 박정은씨는 그런 자신의 과거의 불우한 삶을 솔직하게 꺼내고 있었다. 부모가 이혼 후 ,아빠와 함께 살았던 지난날, 두 딸을 키우는 홀아비의 심정에 대해서 생각나게 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아빠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이 드러났다. 어려서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 결혼 후 한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힘겨움, 혼자서 두딸을 키워야 했던 아빠의 희생과 고단함, 새엄마를 들리고 싶은 아빠의 또다른 모습에 대해서, 그 그림자가 세월을 비켜 나가고 있다. 자신의 힘겨운 삶, 아둥바둥 살아왔던 시간이 자신에게 약이 되었고, 아빠가 두 딸을 바른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서,희생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과 무관하게 나는 세월호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 때 당시, 부모님과 오빠가 세상을 떠났고, 아주 어린 딸만 살아남았다. 당시 어린 소녀를 건네받았던 이들, 그 소녀가 불행한 삶을 견디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길 바랬던 건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서 그랬을 것이다. 한부모 가정에 대해서, 불행한 삶을 살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또다른 자아상, 그것이 바뀌어야 우리 스스로 달라질 수 있음을, 한 편의 책을 통해 엄마의 부재를 견디고, LG 상사, 포스코 해외 영업 부서를 거쳐, 한러 전문통역사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저자의 성장 에세이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누군가에게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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