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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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는 자신이 왜 회계사를 포기했는지 떠들고 있었다.죽은 아버지를 계속 들먹였다. 가슴에 맺혔다면 그 얘기를 이미 수십 번은 들었다. 세호는 점점 고주망태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세호에게 그만 들어가자고 했다.더 취하면 골치 아파질 수 있었다.벌써 여섯 시가 가까웠다.내가 계산길을 집어들고 의자를 뒤로 쭉 빼자 세호가 피식 웃으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나는 곧바로 주문을 취소하며 ㄷ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호에게도 일어나라고 말했다. 내 딴에는 단호한 어조였지만 세호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앉는 게 좋을 걸?" (-18-)


미주는 종수를 오랫동안 내려다본다.누구도 돵가지 않고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동생이 감당하게 할 수 없어서 미진이 죽지도 못했던 그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혜자가 종수의 사랑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종수가 혜자를 처음 때린 다음 날 꽃다발과 삼겹살을 사주더라는 혜자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다. 미주는 이슬 괴물 따위가 아니라 누가 진짜 괴물이 되는 게 가장 슬플지 고민한다.자시이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그리고 완전한 이별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미주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날카로운 비밀 하나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그리고 높이 쳐들었다. (-66-)


작가 이은정은 마흔이 넘어서 첫 소설에 입문하게 된다.그리고 이 소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총 여덟편의 단편 소설로 엮여 있으며,내용과 주인공이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이 여덟 편은 인간 사회의 다채로운 모습을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가고 있었으며,그 기록이 기억으로 현존하고 있다.즉 책 속에 나타나는 각각으 주인공, 그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주인공의 입장과 독자의 입장은 상당히 이분법적으로 엮여 있으며,작가는 바로 그런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엮어 나가고 있었다. 저자의 입장으로 보면 우리에 주어진 삶의 이상은 행복이며,희망이지만, 현실은 불행과 가깝고, 새드엔딩으로 끝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 보여졌다.인간의 강인함이 아닌 가장 나약한 부분들을 주인공 속에 투영하면서, 독자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나약함, 상처, 핑계,비겁함은 언급하고 싶어했다. 실제로는 여덟 편 에는 각각의 불행이 스토리텔링처럼 읽혀지고 있었다. 그 불행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현존한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 당사자는 자신을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자신의 나약한 본성이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를 만들었다고 언급하고 있었다.자신이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가해자의 내면 뒤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으며,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인간의 아기스러운 어린 모습을 고찰하고 있었다. 즉 누군가의 불행은 기억과 기록을 통해 불행이 되물림되고 있었으며, 인간의 굴레, 그 굴레가 집착을 낳고,그 집착은 나쁜 행동, 잘못된 행동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불행이 연쇄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한 인간의 삶을 깊게 관찰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즉 인간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를 각각의 단평 소설 속에서 투영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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