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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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빈공간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살다보면 무언가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빈 공간, 즉 틈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말이다. 잘 쉬지 않으면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며, 틈이 없는 톱니바퀴는 돌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것처럼모든 것엔 틈이 있어야 했다. (-30-)


무엇이 그리도 무서웠을까.
무엇이 그리도 무서워 나를 살필 시간조차 주지 못했을까. (-31-)


내 사주에는 역마살이 세개나 들어 있다고 했다. 점만 보려 가면 듣는 소리였기에 나주에는 정말 어디 한 곳에 딱 눌러 살 팔자는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10번이나 되는 이사를 하고 직장도 여러번 옮겨 다녔다. 어느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했고 언제나 밖으로 들아다니기 일쑤였다. (-123-)


친구와 술을 한잔할 때면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난 너무 이상적인 것들을 꿈꾼는 게 아닐까.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이어서 특별한 사랑을 꿈꾸는 것도 ,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당당하면서도 따듯한 마음을 가지 사란의 모습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모두 가질 수 없는 일들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런 말을 할 때면 돌아오는 말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157-)


여러번의 취업과 열심히 해보려고 시작했던 일이 사기라는 걸 알았을 때, 경제적으로 바닥을 쳤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왔을 때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아무도 만나기 싫었다.나만 빼고 잘 사는 듯한 모습들이 싫었고 나만 빼고 행복한 듯 웃는 얼굴들이 미웠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192-)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나와 남이 서로 비슷한 처지이라는 걸 느낄 때 위로를 느끼게 된다. 반대로, 나만 섬 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게 되고,자신감이 상실될 수 있었다.바로 이 책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그 과정 속에 있으며, 내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치유책이었다.


인간은 스스로 살다보면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낄 때 가 있다.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나의 지지기반이 사라졌을 때, 그럴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새로운 변화의 과정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할게 된다. 즉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나의 약점,나의 강점, 나의 소중한 것, 나의 부족한 점들을 차근차근 알아간다는 것은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에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 자신의 좋아하는 것, 자신의 약점과 강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들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삶의 빈여백들, 빈틈이 있는 사람은 삶의 위로를 얻을 개연성이 있으며, 삶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게 된다.즉 이 책을 통해서 얻고,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완성시키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저자가 가지고 있는 역마살은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변화와 가치 추구를 만들어 나간다면,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들,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비슷한 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때, 나의 삶 속에 저자의 삶이 있었고,저자의 삶 속에 나의 삶이 깃들어 있다. 서로의 삶이 교차되는 과정에서 교집합을 이루는 것들이 내 삶의 위로 그 자체이며, 그 안에서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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