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의 주인 - 23일 폐쇄구역
지미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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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사무실동 옆은 견사동이었다.기다란 형태의 가건물 안에는 가운데 통로 양쪽으로 칸막이형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었고 각각의 칸마다 비슷한 크기의 개들끼리 모여 있었다.어린 강아지 여덟 마리가 모여 있는 칸이 덕근과 형제들의 임시 처소가 되었다. (-15-)


개짓는 소리가 하늘에 닿을 듯 했다.그들의 시선은 칠백에게서 떨어져 다른 곳을 향했다.밥도둑이 또 하나 나타난 것이다.흰색 바탕에 동쪽에잿빛 얼룩이 있는 고양이가 철창 골복 끝에서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며 칠백을 향해 살금살금 기어오고 있었다. (-69-)


"동네가 아주 개판이에요.한 놈 쫒아내면 또 한놈 오고, 언제부턴가 골목이 난장판이 돼 버렸다니까요.그 놈들 떼로 몰려다니는 것 보면 살 떨렷거 접근도 못해요.저도 멋 모르고 다가갔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그나저나 이거 괜찮겠죠? 광견병 걸리는 것 아니겠죠?" (-138-)


예상대로 동물들은 반발했다.엉겨 붙기 직전의 투견처럼,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방아쇠만 당기면 또 패싸움의 불이 붙을 판이었다.'덕근과 칠백은 시끄러워진 무리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뺏다.특히 덕근의 무리는 거처를 옮긴다는 데 반발하며, 칠백의 무리를 향해 그동안 억눌렸던 화를 모두 쏟아내려는 듯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었다.스스로를 강한 존재로 여기는 덕근 추종자들은 칠백 추종자들에게 겁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이에 질세라 칠백 추종자들은 차라리 인간과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며 덕근 추종자들을 비웃었다.보다 못한 덕근이 소리쳤다.(-166-)


"역시 그랬군.우리는 인간을 관찰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똥 누는 인간을 본 적이 없어.처음에는 '인간은 똥을 안 누는 동물인가'하고 생각했지 뭐야.간혹 오줌을 누는 것은 본 적이 있어.주로 밤에 ,어두운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영역 표시를 하듯리 싸고 가더군.그들도 우리처럼 오줌보다 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야.어떤 인간은 길에서 개똥을 밟았는데, 불같이 화를 내면서 구시렁대는거야.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싫어하더라고.그 상황에서 인간의 눈앞에 나타났다가는 딱 오해받기 좋겠더라.내가 싸놓은 거 아닌데." (-196-)


두 여자는 공포에 떨면서도 끝까지 개들을 쫒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개 다섯마리가 도로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가 멈춘 지점에서 두 사람은 또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가방을 물고 간 개가 가방 안에 있는 스마트폰과 지갑, 책 화장품 따위를 분수대 연못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 아닌가.텀벙거리는 소리에 가방 주인인 여자가 그만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278-)


인간과 고양이와 개,두 종을 인간과 가까운 반려동물이라 한다.가장 가까우면서, 때로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관계이기도 핟자.하지만 인간이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 삶을 살아간다면,개와 고양이는 본성에 의지해 살아가게 된다.여기서 개와 고양이가 인간에 가까운 이성을 가진다면,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인간의 학대, 폭력,잔혹한 모습들, 반려동물에게 행하였던 폭력들을 반려동물이 원숭이와 동등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지금 인간의 모습을 달라질 수 있다. 소설가 지미준의 <게토의 주인>은 그런 작가의 상상력이 담겨져 있다.



주인공은 고양이 칠백이와 개 덕근이다.공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칠백이와 덕근이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던 과정에서 ,견사에 들어가 보호소에 강제로 갇히게 되었다.인간이 전해 놓은 순종과 잡종의 경계선 앞에서 덕근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하지만 덕근과 칠백이는 감시가 미흡한 틈을 타 철창을 탈출하였고,숲으로,산으로 숨어버리게 된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덕근과 칠백이, 힘이 쎈 개 타이슨과 마루를 위시하여, 인간이 자신들에게 했던 그대로 똑같이 하기로 하기로 다짐하게 된다.소위 인간이 개에 보여주었던 학대에 대한 저항이명,인간을 향한 분노였다.그건 덕근과 책백이 주도의 인간 테러였다.


소설은 인간이 개를 향한 분노가 아닌, 개가 인간을 향한 분노를 언급하고 있었다.사람이 그대로 했던 것들을 인간이 스스로 당한다면,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가.야생개,야생고양이가 인간에 버금가는 지적인 능력을 가진다면,인간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감히 학대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인간 사회를 개의 시선을 바라볼 때, 지극히 이질적이며, 저항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폭력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인간과 반려동물간의 상호작용,역지사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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