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라는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될 수 있어요.자신의 피해를 제3자에게 말하면서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10-)


분노가 없으면 세상이 안 변하죠.세상은 항상 사회적 약자, 상대적 약자의 분노에 의해 변해왔어요. 모든 혁명은 그 분노에 기반을 둔 집합적 행동에서 시작해요.이정자나 권력자들이 스스로 변하기를 바라면 안 돼요.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죠. 여성 문제도 분노하는 여성들 덕분에 집합적 행동이 일어나고 있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고 실천하고 있죠. (-81-)


어느 쪽이 나한테 유리하고 안정적인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내 존재의 이유, 내가 행복한가, 내가 나한테 충실한가가 중요하죠.돈을 몇 억원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내일 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 거에요.나는 애초부터 나한테 뭘 하기 위해서 뭘 하기 전에 내가 이걸 진심으로 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해왔어요.남편하고 살면 평범했겠지만, 수현이한테 느낀 감정이 너무 절박했어요.(-176-)


전설의 시작은 중학교 1학년 때 한 옹골진 결심이었다. 열 세살의 세리는 차 안에 있었고, 그의 부모가 밖에 있었다. 우연히 보고 듣게 된 장면, 어머니가 한 달만 이자를 미뤄달라고 사정했지만, 상대는 매몰찼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지인에게 돈을 빌렸던 거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줄 몰랐다.그는 우는 대신 마음에 결기를 새겼다. (-259-)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니들의 인터뷰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언니들은 마음 속 응어리진 분노들을 응축해 놓고 살아왔다.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의 절반이면서,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배제되었던 여성의 삶,그 삶은 오롯히 자신의 몸 곳곳에 스며들어가게 된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흔적들과 잔상들, 얼음이 깨지기 전 여기저기 그어져 있는 실핏줄 같은 금들은 어쩌면 우리 몸 안에 있는 삶의 금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스스로 절실하였고, 절실하였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개개인의 미약한 존재감이 연대를 꾀하였고, 뜻이 맞는 사란들이 모여 답을 찾아나가게 된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측정할 때면 돈을 우선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무작정 돈만 바라보지 않고, 인생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찾아서 그 안에서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이유가 된다. 배고픔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배고픔 해결이 삶의 우선 순위는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인생의 선택과 결단의 기준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그들은 스스로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가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여성으로서 느끼게 되는 사회의 불평등함과 억울함, 더 나아가 피해자임에도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그들은 정치에 논울 돌리게 되었고, 정치의 바깥에서 활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의 안으로 파고 들면서,여성으로서의 권리르 찾아가게 된다.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그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하기에 버겁다면, 내 주변 사람들을 보고, 그 안에서 나 자신과 연대할 사람을 찾으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절실함과 절망, 더 아나가 분노의 씨앗을 긍정적으로 잉태하기 위한 노력이 모여서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