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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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좀 독특하게 이동을 한다. 서서 헤엄을 친다.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탓에 등지느러미로 움직이기 때문,섬에서는 늦가을 갈치를 쳐준다.뭐든 살아있는 것은 월동 전에 살이 오르는 법 아닌가.(-19-)


문어는 똑똑하기로 유명하다.배에서 잡아 갑판에 던져놓으면 슬금슬금 배수관 쪽으로 기어가는데 사람 눈치를 본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백합 같은 조개를 먹을 때는 껍데기를 닫지 못하게 돌멩이를 끼워놓을 정도이다.(-67-)


나도 딸이 어렸을 때부터 눈알을 먹였다.맛이 들리고부터는 생선만 보면 눈알부터 파먹었다.여섯살짜리가 눈알만 빼먹는 모습을 보며 손님들이 기겁을 했다.그게 맛있느냐고 누군가 물어보자 딸아이는 대답했다."우리 아빠가 나를 가르쳐놨어요." (-136-)


바위틈에 석회질 느낌이 자그마한 산 같은 게 있다면 바로 이 녀석들이다.어디나 많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 손을 자주 타는 곳에는 큰 놈이 없다.인적드문 갯바위 포인트에 간다면,특히 썰물이면 한번 해볼만하다.알아야 먹는다.아는 만큼 먹을 수 있다. (-216-)


강회 초회 육회 숙회 라는 말이 있듯이 생선 외에도 육고기와 버섯, 야채류, 두루 쓰였죠. 당시 흑산도에서 회를 한다면 얇게 포를 떠서 야채와 양념에 버무렸을 겁니다.그게 대대로 내려온 우리나라 생선회이니까요.(-281-)


내 낚시 장소는 치끝이었다.그곳은 마을의 흔적이 끝나고 깍아지른 절벽이 시작되는 곳이며 망망대해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수업이 끝나면 책가방 던저놓고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부산,마산,보성, 삼척, 포항, 강화도,강릉,거제도,여수. 내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바닷가, 아홉개의 지명은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다.바다라는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고, 어떤 이들에겐 스쳐지나가는 곳이다.삶과 여행, 그 한 끗차이는 하나의 장소에 대한 기억이나 느낌은 달라진다.나에게 있어서 바다와 바닷가는 두발로 다니는 마라톤 코스였다. 포항 호미곶 앞바다의 칼바람을 맞아가면서 달렸고, 귀가 꽁꽁 얼었던 적도 있었다.강화도의 그 비릿한 바다 내음새를 맞아가면서, 달렸던 그 장소에 대해 후각적인 요소가 개입될 때 느끼는 그 감각은 쉽기 잊혀지지 않는다. 두 발로 바다의 경치를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나 스스로 그곳을 다시 찾아가겠노라 다짐하고 약속하게 된다.이 책을 펼쳐들게 된 것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는 독특한 곳,바다에 대해서 좀더 가까이 접근하게 되고,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그 주변의 생명체는 어떻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좀 더 가까이 접근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곳은 경북 영주이며, 자칭 선비의 고장이라 부른다.소설가 한창훈님께서 언급하는 문어는 선비와 연관되며, 뜻깊은 경조사나 제삿상에 단골로 올라오는 게 문어였다. 소중한 사람이 올 때면 문어는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된다. 문어의 문은 글월 문(文)과 깊이 관련이 있으며, 징그러운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쫄깃쫄깃한 맛을 가지고 있다. 낙지와 다른 문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 있으며, 똑똑하고 야무진 문어가 사람에게 어떻게 잡히게 되는지 저자의 관점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두번째 갈치의 맛은 잊지 못한다.나는 자칭 갈치 킬러였으며, 갈치 국물을 특히 좋아한다. 토막토막 생선장수의 두 손에 의해서 토막 토막 썰리게 되는 갈치는 이제 비싸서 어쩌다 한번 먹는 귀한 음식이 되어 버렸다. 서서 헤엄치는 제주도의 은갈치,김현주가 광고에서 '국물이 끝내줘요'라고 했던 것처럼 은갈치 요리의 굿물맛은 잊지 못하는 특별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나 스스로 낚시를 좋아하는 강태공이었다면, 다른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을 것 같다. 소설가 한창훈님처럼 낚시를 잘 할 수 있는 섬이나 낚시 명소를 찾아다녔을런지도 모른다.물론 책 속에 밑줄을 쳐 가면서 읽었을 것이다.누군가에게는 바다에 대해서 상상으로 느껴지게 되고, 자신이 고기를 낚았을 때의 그 짜릿함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직접 상상하게 된다'.공교롭게도 낚시의 낚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그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때로는 적적하고, 때로는 바닷가 특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포근함을 느끼는 곳, 바다가 있어서 우리는 그곳을 다시 찾게 되고, 그 아네서 삶의 여유를 찾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최근 페북에서 큰 물고기를 들고 있는 친구가 프로필 사진을 바꿨던 게 생각이 났다. 날 것 그대로의 회를 좋아하는 지인도 생각이 났으며, 이 책을 덮고 난 뒤 제주도 은갈치를 사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바다보다 산이 익숙한 곳에 살아가면서, 때로는  모든 걸 내려놓고 바다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소설가 한창훈님이 이야기하는 바다의 독특한 풍경과 그들의 내밀한 삶 하나 하나 느낄 수 있어서 이 책이 조금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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