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윤동희 지음 / 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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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인 출판사의 대표로 혼자 일하고 있다. 책은 혼자 일하게 된 경위와 현재에 집중하는 나날을 담았다. 프리랜서는 대개 좋아하는 일을 쫓으려 입문하게 되고 그 성장과정에서 온 몸에 멍이 든다. 프리랜서, 1인 회사는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 같은데, 30년전과 비교해서 사회가 더 불안정해진 탓도 있지만 개인의 능력치가 전방위적으로 향상된 덕도 있는 것 같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뭔가, 멀티플이 잘 되어야 하는 것 같달까. 옥탑방에서 세속과 이별한채로 고독한 시간만 쌓는건 옛날말. 자기 일 잘 처리하면서도 서비스직의 마인드로 방방곡곡 뛰어다녀야 하는 날은 분명히 있으므로.. 그런점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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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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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일본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식당일을 하는 남자는 근처 대학의 식물학부 대학원생에게 마음이 간다. 남자는 관심없던 식물의 세계에 마음따라 빠져들게 되지만, 대학원생은 연구하는 식물만 사랑하고..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 이 책은 작가의 묘사력이 탁월해 배경이 섬세하게 그려지는게 특징이다. 연녹빛 식물이 가득차 있을 것 같은 식물학부 연구실을 상상해보면, 안데르센의 동화 [엄지공주]가 생각나기도. 어쩐지 애기장대 잎파리 속 세상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사치인마냥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감청빛 바탕에 진밀하게 그려진 식물 표지도 글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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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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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인프렌즈의 오리 캐릭터인 샐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북이다. 샐리는 무대뽀 스타일로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그의 '비록 이상한 길로 갈 순 있어도 적당히 명랑한 삶'은 보는 내내 걱정이 없다. 그림과 글이 비슷한 비율로 배치되어 한 편의 동화책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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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로 스토리북이 나온걸 봤을 때 나는 좀 웃겼다. 비웃는건 아니었지만 약간 헛헛하게 비어있는 웃음이었다. 어피치가 나온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인가 이건 진짜 캐릭터랑 짜맞춘다고 고생했다 싶을 정도였다. 몇 년 전부터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가벼운 글들이 종이출판으로 나왔고, 이는 어떤 독서가들에게는 불편함을 주었다. 책은 인테리어가 아니고, 잔재주를 부리는 글은 문학이 아니라는 불편함. 나도 경미한 불편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좀 생각이 달라졌다. 어쨌든 책은 시대요구에 걸맞게 나오는 편이었던거야. 지역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 읽기 모임도 생기고 있으며, 텁텁한 일상 속 작은 용기를 주는 데에는 걸맞는 가벼운 책도 필요하다. 귀여운 캐릭터는 덤이다. 귀여워하는 마음은 다정함을 북돋아주니까.
"한번 해보지 뭐. 너무 열심히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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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한국통사 - 다시 찾는 7,000년 우리 역사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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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를 읽는 건 실로 오래간만이다. 뇌과학 책에 연이어 두꺼운 책을 펼쳤고, 현재도 계속 읽는 중이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근현대사를 제외한 국사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굉장히 이상했던 대머리 국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쌤은 매 수업시간마다 묘하게 핀트가 엇나간 설명을 했었다. 그때는 그냥 미친문어 정도로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식민사관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도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는 그렇게 형광펜으로 왕들의 이름을 긋게 하고, 쪽지시험을 자주 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국사를 지긋지긋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독서는 시험도 없고, 그도 없다. 덧붙여 사건과 함께 그렇게 된 경위(내면의 정신)를 설명해주어 평범한 철학책을 읽는 정도로 편안했다. 책은 거의 칠천년의 역사를 망라했으니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읽어낼 것이다. 그래서 항시 대기조로 편성해 거실 책장에 자리잡았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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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이 책에서 특히 부록을 보고 놀랐다. 책의 말미에는 한국왕조계보도와 중요 사건에 대한 학계의 시각이 표로 정리되어 있다. 왕조계보는 늘 보던 고려, 조선부터 생소한 가야국이나 발해 왕조도 기재되어 있었다. 또 왕뿐만이 아니라 왕후와 후궁과 그 자식들의 이름까지, 기록이 있는 부분은 다 채워져 있었다. 그간 왕가족보를 여러개 봤지만, 왕을 제외한 왕가의 사람들은 비어져 있는게 아니라 지워져 있을뿐이었는데, 그걸 나는 몰랐네! (암기를 위한 역사책이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또 중요 사건의 쟁점을 다룬 표에는 북한학계, 중국학계, 일본학계의 시각까지 실려있다. 시소의 균형을 맞추려고 세심하게 노력한 부분이라 돋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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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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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거실을 배회하다가 스쳐지나간 생각에 따라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생각이 너무 빨리 지나간탓인지 도무지 왜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찾으려 했나? 양말을 신으려고? 벌써 치매는 아니겠지ㅠ 두려움에 떨며 과거에 뇌에 가했던 악행이 떠오른다. '술을 너무 마셨어.. 밤 새지 말았어야 했는데.. 불닭볶음면을 그렇게 먹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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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방식의 이유를 찾아본다. 베개로 활용하기 좋은 두터운 두께를 지녔기에 다 읽진 않았다. 나는 늦은 오후에 가볍게 목차를 둘러 보고 마음에 드는 질문의 챕터를 몇 개 읽었다. 가령 좀비는 차를 몰고 출근할 수 있는지, 상상으로 운동이 가능한지 같은 부분이다. 앞서 말한 방에 들어간 이유를 잊어버리는 이유는, 기억의 차이때문이라고 한다. 기억은 절차기억(방법에 대한 기억으로 연습할수록 강해짐. 자전거 타는 방법 등)과 사건기억으로 나뉘어진다. 습관적 행동은 오직 절차기억을 검색하고 저장하기만 하면 되기에(p.101) 습관 체계를 이용해 행동하면 사건기억에는 저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절차기억에 운전 통제권을 넘겨줬을 때는 사건기억에 접속하지 못해 중요한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다.(p.102) 습관적으로 방에 들어가서 사건으로 점철되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럼 익숙한 반복행동이 사건기억으로의 접근을 막는 것 아닌가싶다. 사건기억을 잘 검색하려면, 산책 나가서 새로운 길로도 다녀보고, 샐러드를 먹을때 새롭게 플레이팅 해보는 게 좋겠다. 새로운 기억은 시간도 느리게 가게 하니까 더 좋고. 내일부터는 또 새 기억 쌓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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