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좀 읽으시나요?
누군가 묻는다면 ‘전혀‘라고 답할 정도로 책과 멀어진지 오래다. 왜 그럴까 생각했봐도, 그저 오랜시간 책만 읽기 힘들어졌다는 게 유일한 이유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거나 독서가 무의미하다 느낀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힘들어졌다. 하지만 ‘1만권 독서법‘을 읽으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고, 저자가 제시한 이유에 대해 공감했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지면서 기사나 글을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방식의 글읽기에 익숙해진 탓에 한 장, 한 장 공들여 읽고 넘어가는 것에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거기에 나역시 저자가 ‘정독의 저주‘라고 표현한 제대로 빠트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독서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저자는 ‘플로우리딩‘의 방식을 제시한다. 책에서도 전제했듯 플로우리딩은 모든 종류의 책에 적합하지는 않다. 다만 교재나 글의 한 부분,부분을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 글 등이 아니라면 생각해 볼 만한 방식이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음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글 역시 모든 부분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흘러가듯 들어도 주선율을 흥얼거리게 되듯, 흘러가듯 들어도 내게 필요한 내용이나 저자의 의도는 남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일주일 간 읽을 책 미리 준비하기, 쓰기 위해 일기기, 한줄 에센스 남기기, 한줄 리뷰 남기기 등도 다독을 위한 상당히 쓸만한 방법이다. 최근 책을 전혀라고 할 정도로 읽지 못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독서 의욕이 생긴다는 점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판할 점도 무수히 많은데, 이렇게 ‘많이‘ 읽는다는 게 꼭 의미있는 행동이냐는 것, 또 빨리 읽을 책을 미리 고른다는 점에서도ㅡ 대충 읽어도 되는 책이라면 그 책이 어떤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자기계발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대충 읽을거면 안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읽어야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점인지, 플로우리딩을 다르게 말하면 대충 읽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이걸 그렇게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등 등...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지만 그런 부분들은 애초에 저자가 누구에게나 적합하진 않고, 모든책에 알맞은 것도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썼기에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없기도 하다.
이책을 읽으며 예전에 히라노 게이치로가 독서법에 대해 썼던 ‘책을 읽는 방법‘, ‘소설 읽는 방법‘ 등이 떠올랐는데, 그 책에서 제시한 ‘슬로우리딩‘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책들의 출판년도에 따른 차이인지 저자의 생각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술술 읽히는책이긴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플로우리딩이란 방식을 시험해 봤는데 이런 스타일의 책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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