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소녀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십분만에 다 읽은 짧은 단편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소설이다. 로버트영이라는 sf작가가 1950~60년대에 썼다고 해서 머릿속으로 인공지능로봇이 나오거나 인류멸망 등의 조금은 말도 안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공상과학 소설을 생각했었는데 내가 sf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크나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몇일 전에 읽은 `비블리오 고서당의 사건수첩`이라는 책에 등장했던 소설 중 한 권인데 살까말까 고민하다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빌리게 되었다. 수록된 첫번째 단편인 민들레 소녀를 읽고 든 생각은 이 책 살만하다라는 것이었다. 다른 소설들은 어떨른지 모르지만 이 단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엔 일본 애니 클라나드를 통해 알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클라나드가 뭐지? 요즘 애니를 안본지 넘 오래됐나?^^;)

이 이야기는 언덕 위에서 마크가 민들레 빛 머리카락을 가진 줄리 덴버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소녀는 미래에서 아버지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왔고 마크와 상대성이론에 대해, 선험적 미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몇 번 보지도 못한 상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운명처럼... 확실히 이 소설은 sf라기 보다는 운명같은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아름답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몰라 비블리아엔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시간여행 중에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져 시간을 건너 그 사람을 찾아 사랑하고 함께하게 된다는 건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생각했던 시간개념처럼 미래의 사람이 과거에 가면 그 역시 과거의 일부가 된다는 확신 없이, 사십대에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가 이십대에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리라는 확신도 없는채로 돌아왔다. 그 두려움을 이기고 사랑을 찾아 과거로 가다니 어째서 sf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제는 토끼를 보았어요. 어제는 사슴, 오늘은 당신을.`

굉장히 멋진 대사다. 곧은 다리와 민들레 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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