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클래식 라이브러리 1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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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은 내가 떠올리는 프랑스의 이미지에 아주 부합하는 이다. 젊은이들이 왜 그토록 사강에 열광했는지 알듯하다. 지금의 난 안에 가까운 나이고, 파괴적이고 충동적이라기보단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20대의 내가 읽었더라면 다자이오사무의 <만연>을 좋아하듯 그의 책 역시 좋아했을 듯하다.

그렇다, 나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안이 미웠다.그녀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행복과 유쾌함, 태평함에 어 올리게 태어난 내가 그녀로 인해 비난과 가책의 세계로 들어왔다.
자기 성찰에 너무나도 서툰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안은 내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나는 그녀의 힘을 가늠해보았다. 그녀는 내 아버지를 원했고 그를 가졌다. 이제는 우리를 조금씩 안 라르센의 남편과 딸로 만들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련 되고 교양 있고 행복한 존재들로 말이다. 사실 안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불안정한 우리가 그런 틀에, 책임지지 않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 쉽게 굴복하게 될 것임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안은 지나칠 정도로 유능했다. 아버지는 벌써 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식탁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던 아버지의 얼굴이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나는 울고 싶은 심정으로 지난날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공모를, 새벽에 자동차를 타고 텅 빈 파리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터뜨리던 우리의 웃음을 떠올렸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났다. 이번에는 내가 안의 영향을 받고 개조되고 달라지리라. 그것을 언짢아하지도 않게 되리라. 그녀는 지성과 냉소와 다정함을 통해 행동할 터이고 나는 그녀에게 저항할 수 없으리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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