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을 모두 읽은 후 읽고 싶지만 그러기엔 한정된 내 시간과 너무나도 쌓여있지 않은 독서 및 영화 경험 탓에 그냥 읽기로 했다.

그래도 첫번째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터널>에 대한 글 <터널 앞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글을 읽자마자 나는 뭔가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밑줄 그은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 내가 K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 정도 했으면 그만 할 때가 된 것 아닐까, 나이도 먹었는데 혼자 알아서 하면 안되나... 나도 모르게 K에게 너의 고통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니 너도 배려 좀 하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닌가 싶다.

제목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온전히 이해되는 순간이다.

"트라우마에 관한 한 우리는 주체가 아니라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나는 트라우마를...‘이라는 문장은 애초에 성립될 수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직 ‘트라우마는 나를…‘이라고 겨우 쓸 수 있을 뿐이다.
한 인간이 어떤 과거에 대해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버리는 이런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상상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대상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걸 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고, 이런 말은 지금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체가 될 것을, 심지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하는 말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우리가 그렇게 잔인하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