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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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책을 읽기 때문인지, 요즘 내 독서의 주된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잖아?'라는 변명과 죄책감으로 인한 불편함에 생각없이 넘겨볼까 하다가도 글을 통해 타인을 알아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나와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고 살아가는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무례한 적 없고, 타인의 불편함을 챙기는 것으로 나는 예의를 다고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사람에 대한 예의」를 읽으며, 난 어쩌면 누군가에게 아주 무례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르다는 생각, 내 탓이 아니라는 생각,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이 지금도 다른 누군가를 힘들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별 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믿는 순간 편견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지고, 믿는 순간 맞은편 차량과 충돌한다. 한 고비 돌 때마다 가능한 길게 클랙슨을 울려야 한다. 


-프롤로그 낯선 나와 마주치는 서늘한 순간 중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 이 책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인 듯 하다. 날카롭게, 나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아무렇지 않게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혹은 그를 방관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늘 의심하며 살지어다. 낯선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면...


‘너를 위해‘ 이데올로기는 위험하다. 진심으로 ‘너를 위한 것‘일지라도 자칫 너에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변질되기 쉽다.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집착과 학대로, 사랑이 스토킹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다. 너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무례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 P57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 하는‘ 측면도 있지만 생각을 하면 괴로워지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게‘된다. 생각을 하면 그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부 평가나 승진과 관련 없는 ‘쓸 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일을 잘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 P139

인종차별 따위 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자화상은 와장창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만약 편견이 몸 안에 있다면 뇌나 심장이 아니라 내장에 숨겨져 있을 거야.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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