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있던 주말을 보상하듯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읽은 책은,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 


2년 전 읽다만 책이다. 그 당시엔 '당연한 소리만 하고 있네, 이런 이야기를 누가 못해'하는 약간은 자만섞인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구절구절 마음에 와닿는다. 세련된 문장으로 글을 쓰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작년말 사례보고서를 위해 진짜 상담을 해보고서야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담자가 하는 말을 듣고, '그러셨군요.'라는 공감의 말을 해야하는데, 나 스스로도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닿지 않고, 공간을 맴돌다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진정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존재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또한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건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고개를 끄덕여주어야 했기 때문이고, 내 상처와 연결된 감정이 자극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했던 것은 단순한 '감정 노동'이었고, 진정한 존재에 닿는 '공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상담의 감정과 존재에 닿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말이다. 정혜신 박사는 이런 말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온 몸의 힘을 실어 상대에게 닿고자 하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 평생을 배우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 P51

실력이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 비상한 머리, 출중한 외모가 없어도 그것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사람은 살 수 있다.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 P109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폭력은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 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 P118

공감적 대화의 과녁은 언제나 ‘존재 자체‘다. - P157

"넌 누구니? 지금 이 순간이 너한테는 어떠니? 진심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거니? 재미있니?" 되묻습니다. 제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 P284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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