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독립적이고 온전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진다. 딸의 남자친구가 맘에 안 들어도 그 남자가 딸의 남편이 되고 자신의 사위가 되면 그 관계에 맞춰 사람의 마음과 판단은 또 달라진다. 달라진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고 적응해서다. 적응은 인간의 본능이다. 끝내 적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행감은 엄마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딸의 경계 바깥에서 벌어지는 엄마 영역 안의 엄마 과제다. 엄마가 힘들어하면 경계 바깥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딸인 자신의 책임이거나 딸이 제대로 하지 못한 무엇 때문은 아니다. 그런 경계를 분명히 자각하고 엄마의 몫으로 돌려줘야 엄마의 감정도 딸이 개입할 때보다 더 빠르게 수습된다.

딸이 경계에 대한 인식 없이 계속 개입을 하면 엄마도 자신의 불편하고 싫은 감정이 딸 때문이라고 여기게 된다. 자신의 과제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한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엄마의 과제를 엄마에게 돌려줘야 한다.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받는 일이다. 자전하며 동시에 공전하는 지구처럼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자기도 주목받고 공감받는 행위다. 타인을 구심점으로 오롯이 집중하지만 동시에 자기 중심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