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언론에 ‘취소문화‘ ( 캔슬 컬처‘, cancel culture)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소개에 따르면, ‘취소문화‘는 잘못된 언행을 한 인물에 대한 사회적 지탄 운동, 특히 그의 사회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기반 운동을 지칭한다.
극적인 사례로 미투 운동이 있다.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틴처럼 막강한 권력을 쥔 인사들이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사퇴, 해고, 형사처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취소 된 것이다.
- P53

2019년 한 대담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청년과 청소년에게 한 조언이 대표적이다.

"순결함이라는 발상, 항상 정치적으로 깨어 있어야 politically woke 한다는발상, 이런 건 빨리 극복하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은 어지럽고, 애매한부분들이 있다. 정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결함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 일부는 다른 사람을 최대한 비판적으로 대하는 게 변화를 만드는 길이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당신이 뭔가 제대로 하지 않았기니, 어떤 단어를 잘못 썼거나 했다고 트윗을 올리고 나면, 나는 스스로 꽤 흡족할 수 있다. 내가 얼마나깨어 있는지 다들 봤나, 내가 당신을 비판 call out 했어, 하고 말이다. (…)그건 운동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 P55

오바마의 발언과 하퍼스 편지는 미국 기성세대 오피니언 리더라 할 만한 이들이 젊은 세대의 사회운동에 느끼는 우려와 불안을집약한다. 오바마와 하퍼스 편지」 저자들은, ‘어지러운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 도덕적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소셜미디어 전사들이모든 도덕적 불완전의 흔적에 "신속하고 강렬한 응징"으로 대응하여 "과도한 처벌을 일상화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위축할 것을 걱정한다. 또한 문제적 인물을 연이어 ‘취소 한다고 하여 진정한 변화가일어날지에 회의적이며,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지는 대신 대다수 사람이 그저 보복의 두려움에 침묵해 버리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염려한다.
- P56

취소와침묵 강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고, 단지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라는것이다. 이 시각에서 볼 때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취소 운동은 취소의행위를 새로 발명한 게 아니라, 오랜 권력구조에 균열을 냄으로써 주변인이 아닌 주류인에게도 취소의 타격을 가하는 운동이다. 주변인들은, 주류를 거스르는 말을 했을 때 묵살당하거나 소외당하는 일에이미 익숙하다. 취소 운동의 잠재적 문제점과 부작용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이 운동으로 권력 구도를 흔들 수 있음은 의미 있는 일이다.
- P62

젊은 세대가 엘리트를 향해 취소를 확장하려는 것은, 그것이 이상적인 길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오랜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불공정에 맞설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서일 수 있다.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건강한 자유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병리가 만성적인 곳이라면, 차라리 "저항과 내전"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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