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은 첫번째 감상, 재미있다.
'민들게 소녀'를 읽을 때와 같은 SF적 낭만이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 우주인이 바라보는 지구인은 어떤가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다.

우주인이 본 한아는 '파괴적인 종족으로 태어났지만 그 본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비오는 날 보도블럭에 올라온 지렁이를 조심히 화단으로 옮겨주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고래를 형제 자매로 생각'하는 사람, '땅 위의 작은 생물과 물 속의 커다란 생물까지 이어지지 않은 개체는 없다는 걸, 우주를 모르고 지구 위에서도 아주 좁은 곳에 머물고 있었는데도 이해하는'사람이다.

'인간이 인간과 인간 아닌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죽이고 또 죽이는 이 끔찍한 행성에서 어떻게 전체의 특징을 닮지 않는 걸까?'

어제 읽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무해한 인간이 떠오른다. 나와 타자와의 관계에서만 무해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물,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무해함을 가진 사람이다. 이 파괴적인 세상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는 건 한아 같은 삶일까?

우리는 매우 이기적인 존재고, 우리 외 다른 존재의 존엄과 중요성,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에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 사는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의 혹은 우주 곳곳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를 느끼거나 사랑하지 못해서 삭막하기 만한 물질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세랑이 이 책의 후반부에 넣은 온갖 모습들이 - 저탄소, 친환경, 강요 없는 관계, 진정한 사랑, 거기에 청소년 쉼터라니, - 너무 이상적이라 비현실적이고, 약간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어딘가에 있을 이상적인 사회를 보고 싶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