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뭐야?‘
이 부분을 읽고 혼자 피식거렸다. 긴박한 상황이겠지만, 거기 딱 어울리는 유머에.








그러나 정규도 총을 들고 있다. 그것도 주영의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아무리 봐도 진짜로 보이는 총이다. 그다지넓지 않은 공간에, 서로 총을 겨눈 두 사람의 호흡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이건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뭐야?
- P80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지구에, 한국에 존재하는 건 원래 경민의 몸이 아니라 정보였다. 여러 사람에게 남겨진 정보, 나누어 가진 기억과 관계는 몸보다도 더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 P144

그러니 어쩌면, 한아는 이제야 깨단는 것이었는데, 한아만이 경민을 여기 붙잡아두던 유일한 덫이었는지 몰랐다.
닻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유약하고 가벼운 닻, 가진 게 없어줄 것도 없었던 경민은 언제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고 종국에는 지구를 떠나버린 거다. 한아의 사랑, 한아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그 모든 관계와 한 사람을 세계에 얽어매는 다정한 사슬들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역부족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닻이 없는 경민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까?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거기까지 이르자, 한아는 떠나버린 예전의 경민에 대한 원망을 어느 정도 버릴 수 있었다.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 P146

상호 간에 신뢰가 없는 사회였다. 윗세대가 완전히 망쳐버린 것을 우리 세대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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