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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착한 가게 -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런던의 디자이너-메이커 13인
박루니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평점 :
브랜드로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집과 자동차, 입고 있는 옷과 신발과 가방으로, 출신 학교로
사람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그런 시대에 말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 사람이 20년넘게 살고 있는, 낡았지만 낡아가는걸 애달퍼하며 보살피고 있는 집에,
엄마에게 물려받았다는 잘 길들여진 낡은 가방 하나에,
소지품에 달려있는 노란리본과 레드리본에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고가의 브랜드 즉 명품의 흐름도 있지만,
반대편에는 또 다른 가치의 브랜드들이 씩씩하게 자리하고 있다.
<런던의 착한 가게>는 런던의 그러한 브랜드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젤로 갖고 싶은 것은 루퍼트 블랜차드의 서랍장이다.
그는 이사하는 사람들이 버리는 서랍장에서
쓸만한 서랍들만 가져와 새롭게 틀을 짜고 서랍장을 만든다.
그래서 그가 만든 서랍장은 서랍들의 크기와 색깔과 낡음의 정도가 다 다르다.
그 다름이 보여주는 조화로운 모습은 먼 이국땅에 있는 그의 서랍장을
사고 싶게끔 만든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의 서랍장을 말이다.
'작다'는 '크다'의 상대적인 결핍이 아니라 <독립된 가치>이듯이,
'다르다'는 '주류'에 대한 상대적인 불안함이나 소외가 아니라
또 다른 <독립된 가치>이다.
명품가방들속에서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젊은이들이 기획한 '희움'가방이 <독립된 가치>이듯,
어제 생협축제에서 구입하게 된 세월호스카프가 알만한(?) 스카프들 사이에서
자신의 <독립된 가치>를 은은하게 빛내는 것처럼 말이다.
같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독특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독립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그들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