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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 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
박임순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6월
평점 :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 길을 고스란히 밟는 자녀를 둔 엄마라면, 항상 미안함, 불안감 그리고 다른 길(?)에 대한 로망을 맘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거대한 시스템 속에 아이를 넣고 함께 돌아가면서도! 용기를 내어 우리들만의 길을 밟아가고자 하는 위험한 소망도 가슴에 살포시 숨겨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능력이 없는 평범한 소시민인 부모는 결국 어떠한 모험도 하지 못한 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또 주변사람들과의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며 그렇게 그렇게 아이들과 한 학기를 보낸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준 책이 나왔으니 바로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이다. 22년째 중학교 교사로 근무해온 부부가 가족여행을 위해 휴가가 아니라 퇴직을, 중고등 학생인 세 자녀는 휴학이 아니라 자퇴를 하고 545일간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에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힘든 결정을 하고 가족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그리 낭만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으시도록...-
여행 중에도 사춘기 아이들과 끊임없이 부닥치고, 엄마는 여지없이 잔소리를 하고, 인터넷 때문에 사단이 나 결국 큰딸이 아빠 카드를 챙겨 혼자만의 귀국을 고민하는 등의 일은 한 가족의 여행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완전 공감하게 된다. 낭만적이고 멋진 여행의 과정만이 나열된 책이 아님에 감사드린다.^^
이 부부는 귀국 후 새로운 교육에 관한 부모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계신다. 아이들 역시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로 봐서는 정코스가 아니지만 여행에서 얻은 경험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 열심히 살고 있다. 여행은 가족 간의 소통과 이해와 배려를 익히게 해주었으면-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여행 중에 만나게 된 수많은 여행자들, 현지에서 만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했다. 여행이 익숙해지면서 부모를 대신해 여행계획을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흥정을 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척척 처리하게 되는 모습은 바로 그 나이대의 자녀를 둔 엄마라면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자식들의 모습이 아닐까? - 나만 그런가? -
암튼...이 책은 끊임없이 다른 길을 갈망하나 결국 자신의 합리화로 아이와 함께 큰 흐름에 끼어들 수 밖에 없었던 용기없는 부모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로망을 그대로 실현시켜준 책이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으나 나의 마음 한구석은 무엇인가가 변한 것 같다. 그 변함이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행복과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