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 소설을 읽고 이렇게 울어보긴 첨 이다.

알라디너들을 울렸다는 '붉은 손가락'이라는 소설이 궁금해서 빌려다 읽고 쬐끔 울었던

것에 비하면 '이름없는 독'은 읽으면서 눈물콧물 다 흘려댔으니...

책을 읽고 울어본 기억이 최근 들어서는 없는 것 같다.

 

미유키 여사님의 팬임을 자처하며 주말이면 아꼈다가 여사님의 책을 한권씩 읽어대고

있는 중이다.

책에 나오는 일본의 상황은 참 우리나라와 유사한 것이 많다.

이 책에서도 새집증후군,토지오염(이 부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 조만간에 우리나라도 이러한 조사가 시작될 것 같다.)..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난

뒤의 여러 정황들의 묘사들을 보면 한창 아파트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는 서울 중심의

경제상황을 볼떄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름없는 독..에서 독은 참으로 여러가지 의미로 쓰여진다.

가장 먼저 특정대상을 향하지 않은 음료수에 넣어진 '청산가리'라는 진짜(?)독을

나타냄과 동시에...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러 '독'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참...음료수에 독극물을 넣는 불특정한 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몇 년전 대구 달성공원 벤치에 놓여진 야구르트를 먹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사건도 있고  말이다.

 

미유키 여사님의 장기는 역시 책 속에 묘사된 여러 인물들과 사건의 그물망인거 같다.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그 장기는  발휘된다.

기타미 형사..25년간 형사로 근무하면서 세상을 향해 화를 내는 사람들의 뒤치닥거리에

지쳐 그들이 화를 내기전에 뭐가 도움을 주기 위한 일을 하기 위해 탐정일을 시작했다.

겐다 이즈미..결국 소설이 끝나도 그녀가 어릴때부터 세상사람들을 향해 뿜어낸 그 화의

원인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 속에는 정말 화가 무지 많다. 왜 일까??

 하시타테....나에게 눈물콧물을 다 쏟아내게한  인물이다.

 

'기울어진 집과 부러진 홈통, 문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어두침침한 집,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노파와 그 노쇠하고 병든 몸에서 나는 냄새, 그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병,

힘든 생활,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고독,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의 불우함을 그에게만 떠맡기고.'

 

절망과 고독과 외로움과 가난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인물 하시타테.

이 책에서 하시타테는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수 있을 만큼 잘 묘사되어 있다.

그의 절망스런 상황과 그것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그의 말과 행동...

자그마한 손짓과 천식기 있는 그의 기침소리와 호흡까지...

읽으면서도 마치 영화를 보듯 눈앞에 그려지는 그 모든 광경들이 그 절망들이...

읽는 내내 내 숨을 막히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미유키 여사님의 필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시타테 때문에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대며 이 책의 뒷부분을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나 역시 스기무라처럼 '안도감'을 느끼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인간이다.

 

행복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진정한 절대권력이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소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독'들...

어쩌면 내 안에서도 끊임없이 억누르고 있는 '독'..

 

"우리 집에, 오염은 없다. 집안은 청결하다. 계속 청결할 거라고만 믿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

겐다 이즈미에겐 독이 있다. 하시타테에게도 독이 있었다.

하시타테는 그 독을 밖으로 뿜어내 없애려 했다. 하지만 독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만 어처구니없게도 다른 사람의 목숨만 빼았고,

그의 독은 오히려 더욱 강해져  그를 더 심하게 괴롭혔을 뿐이다.

겐다 이즈미의 독은 어떨까. 그녀의 독은 그녀 자신을 침식시키지는 않았던 걸까?

그녀의 독은 한없이 증식하기 때문에 아무리 토해내도 마르지 않는 걸까.

그 독의 이름은 무얼까.

옛날, 정글의 어둠 속을 누비고 다니던 짐승의 송곳니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짐승이 잡혀, 사자란 이름이 붙여지면서부터

인간은 그 짐승을 퇴치하는 방법을 짜냈다.

이름이 붙여지자 모습도 없던 공포에는 형체가 생겼다.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잡을 수 도 있다. 없앨 수도 있다.

나는 우리 안에 있는 독의 이름을 알고 싶다.

누가 내게 가르쳐다오. 우리가 품고 있는 독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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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2007-10-2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하신 미유키여사님이 누군가 했더니 나는 지갑이다를 쓰신 분이시더군요. 모방범이 학교 도서관에 있더라구요. 근데 그 어마어마한 두께에 장장 세 권이다 보니 선뜻 빌린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방학때 미유키여사님을 만나볼 예정입니다.

꿈동산 2007-10-2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의 두께보다 더 골 때리는 건(ㅋㅋ..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그 뚱뚱한 모방범 1,2,3권을 만 이틀만에 읽도록 몰아치시는 미미여사님의 괴력입니다..모방범 3권을 읽을때는 선잠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깨서 계속 읽기까지 했다니깐요..나.참..꼭 방학때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