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앞서
(김희동)
나는 지금 배움에 앞서 조용히 침묵합니다.
이 배움이 나를 어디로 이끌까 생각하면서,
무엇을 깨닫기 위해 여기에 이르렀을까 생각하면서,
먼지처럼 떠다니는 잡념들을 가라앉힙니다.
그리고 아침 창문을 열 듯 마음을 차분히 엽니다.
밝고 찬란한 아침 햇살이 내 방에 스미듯
진리의 빛이 내 마음을 밝혀주기를 기대하면서.
누군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에 앞서
말에도 글에도 한계가 있음을 되새기며
혹시도 있을지 모를 내 편견으로
그의 참된 의도를 잘못 이해하는 일이 없게
나의 진실로부터 그가 멀어지는 일이 없게
찬찬히 나의 대화습관들을 살펴보면서
들을 때나 볼 때나 나의 생각과 느낌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차츰차츰, 어지럽게 흩날리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도 이제 진실을 듣고 말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 해도
나를 잃어버린 채 끌려 다니지 않고
나의 북소리에 맞추어
한 걸음 한 걸음 어두운 숲을 지나서
점점 맑아지는 내 안의 하늘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침묵에서 돌아와 배움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에 참여합니다
* 민들레 독자 모임을 갔다가 여는 시로 접하게 된 시...
요즘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배우게 되는 여러가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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