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책은 골목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나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책이다. 

지금도 부산의 시댁이나 친정에 가면 볼 수 있는 골목들에 대한  

소중함들이 쏟아나게 하는 책이다. 

 

골목...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며 골목 사이 사이에 놓여졌던 하수도를 덮은 

그 두칸 짜리 돌들을 뛰어넘으며 오다가 병을 완전 박살 내 버린 일...  

( 크~OB맥주였다. 그 시절 젊은 울 엄마는 맥주 한병에 시집살이를 잊으려 하셨나보다.)

골목 앞에서 놀고 있으면 지나가던 어른들이 이 골목 끝에 길이 있는지 물었던 일. 

지금도 길이 없을 것 같은 샛길이 지하철역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통하는  친정집 앞의 

그 골목길. 

시댁이 있는 부산 영주동 산꼭대기에서 부산역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그 많은 가파른 계단.  

관절이 안 좋으신 시어머님은 아직도 그 계단을 오르내리면 초량시장에 가신다.

그 긴 계단 끝에 있던 초등학교를 다녔던 남편은 아직도 아침 청소 당번이면  

그 계단을 내려가서 청소를 하고 올라와서 아침을 먹고 다시 학교갔던 일을 얘기한다. 

 

대구에 와서 처음 살게 됐던 북비산동.. 

놀이터를 찾아 가는 샛길옆에는 정말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집들이 있었고,  

가을이면 많은 할머니들이 그 샛길에 자리를 펴고 밤을 까셨다.

우리 집 앞에는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조그만 골목이 있었다. 

아래윗집으로, 옆집으로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해질녁이면 그 골목에서 자전거도 타고, 

씽씽카도 타고, 할머니는 고구마줄기를 까고.... 

아직 우리에겐 골목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골목에는 이웃이 있고,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가는 지금.. 

골목들이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이웃도, 정도, 사랑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골목이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골목이 더 좋아진다. 

여행을 가서 어린시절 그 골목들을 시골 어디선가 보게 되면, 

나를 감싸는 그 애틋함이란.... 

돌아오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골목은 들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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