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게 진짜 감사한다. 

알라딘을 뒤졌으면 결코 내가 찾아내지 못할 책. 

서가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찾아낸  

너무너무 재미있고 내게 꿈을 준 책. 

 

아마 몇 년 뒤에 울 나라에서 집의 다양성은 전무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자체가 거대한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드니 말이다. 

이 책에는 울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한옥들이 많이 많이 나온다. 

한옥을 보듬으면서 세심하게 현대화시켜낸 집주인들의 긴 호흡도 읽을 수 있다. 

너무나 예쁜 한옥집들.. 

마당이 있고, 다락이 있고, 툇마루가 있는 읽으면 읽을수록  

어릴때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는 책이다. 

 

내가 햇볕도 잘 들지 않는 투룸에서 지금의 3층 집으로 이사 온 후  

제일 감사하는 것은 햇볕이다. 

특히 옥상에서 이불을 말릴때의 그 행복감이란... 

장마가 다 지나면 감자도 얇게 썰어 말려보고, 고구마도 말려보고,  

가지랑 애호박도 말려볼란다. 무청도 말리고.... 

그래서 한옥에서의 마당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너무나 예쁜 집 한옥..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호흡이 들어간 집 한옥. 

 

2장에 나오는 오영실 선생님의 퀼트 아틀리에를 개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목어르신의 작업과정은 고귀한 장인의 모습 그 자체이다. 

신축보다 개조가 더 어려운 한옥. 

기둥 하나 하나에도 수많은 대패질과 썩은 기둥은 그 썩은 부위만 깍아내고  

새로 넣을 기둥에는 거기에 알맞은 나무를 찾아내서 또 수많은 대패질.. 

공사 언제 끝나느냐는 말을 쑥 들어가버리게 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결국 퀼트 선생님은 대목 어르신을 자신의 멘토로 삼아버리신다.   

집주인으로 하여금 성급함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 작업의 과정들.. 

그리고 탄생된 퀼트 아틀리에... 

 

요즘 난 "기다림"에 대해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 기다림은 참 여러 곳에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 

사람을 사귀는 데에.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데에. 

소비천국에서 덜 소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또 내 영혼이 나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옥은 "기다림"의 집이다. 

그래서 난 한옥이 좋다. 

개조하는데 많은 돈이 들긴 하지만, 

그 돈보다 더 소중한 대목 장인들의 긴호흡이, 영혼이 스며든 집이라 

난 한옥이 좋다. 

 

집은 사는 것(to buy)가 아니라 사는 것(to live)인 것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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