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마라톤 가족팀으로 참가하고 있는 우리는
토욜마다 열심히 책을 빌려서 읽고 있다.
어젯밤에는 7살난 딸이 자기전 빌려온 책을 읽어달라했다.
내 책 보고 싶은 욕심에 잘 읽어주지 않지만,
딸내미가 빌려온 책이 나도 읽고 싶었던 책이라 읽어줬다.
제목은 <향기나는 돈>
철학 동화다..
<한 소년이 길을 가다 초라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소년에게 많은 돈을 보여주며 주인을 찾아달라한다.
주인에게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날거라며...
-울딸 내 팔에 코를 갖다대며 킁킁거리고,자신의 몸에 대고 킁킁거린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참 "예쁘다" -
보석을 휘감은 아가씨도 만나고,
큰 가방을 든 아저씨도 만나고,
왕관을 쓴 임금님도 만나지만 그들에게서는 고기냄새와 돈냄새가 날 뿐이다.
쉬고 있던 소년은 농부를 만나게 된다.그에게서는 향긋한 땀냄새가 난다.
소년은 농부에게 돈을 주려 한다.
왜냐하면 그에게서 땀냄새와 꽃냄새,풀냄새를 맡았기때문이다.
하지만 농부는 소년에게 돈을 돌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얘야, 내게 필요한 돈은 땅이 만들어 줄거야.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
돈을 버는 일은 쉽단다."
돈주인을 찾지 못한 소년은 결국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주려 하는데
아이에게서 정직한 땀냄새가 나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다 읽고 나니 나 할말이 없다.
이렇게 멋진 동화를 읽고 한창 멋진 꿈을 키우고 있는 7살 난 딸에게 내가 한 말,
".......................이제 자자!! "
책 속의 농부말처럼 땅이 돈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우리 이웃들이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으로 내일의 일도 꿈꾸지 못하는 지금.
아이에게 이런 책을 읽고 내가 해줄수 있는 말이 뭘까?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과 시간당 4천원의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아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이제 한 직장에서 일을 해도 한 배를 탄 심정이 아니라
그들과 나의 임금을 비교하며 끝없는 비참함에 빠져야 하고,
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며,
그들이 여가를 보내고 여행을 할때 나머지 일을 해야 하는 우리들에 대해
어떻게 말할수 있을까?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내가 지은 작물은 내다 팔고
더 싼 중국산을 사먹어야 하는 현실도 있다는 것을.
보람과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우리들에 대해서,
직장안에서도 우린 섬이 되어야 하고,
집은 있으나 집에 가족들은 없는 텅빈 집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나는 <향기로운 돈>이라는 아주 멋진 철학 동화를 읽고
울딸에게 " 이제 자자~~" 고 밖에 할말이 없었다.
기분 참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