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욜은 우리 부부의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결혼 초에는 '우리 10주년 되면 제주도 여행가자~'고 했었는데.. 

10주년을 맞아 우리는 6년째 살고 있는 지금의 전세집에 새로이 도배를 했다. 

그리고..................... 

완전 끼여 살고 있던 책들에게 더 넓은 평수의 책꽂이를 선사했다. 

  

우리 부부 결혼 10년동안 책을 많이도 봤나보다. 

결혼 초 보다는 책이 4~5배정도 늘어난것 같다. 

얘들 책도 한 몫하지만 다른집에 비해 얘들 책은 코딱지만큼 있는 우리집인지라  

우리 부부의 책이 대부분인듯하다. 

하지만 천만 다행으로 우리 부부는 함께 공감하는 분야가 한 70%정도 된다. 

그나마 책이 이 정도인 듯... 

 

지난 토욜 도배를 끝내고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 

딸들도 열심히 책을 나른다. 

"어유..우리 집에는 책이 진짜 많다.." 

"객석은 책꽂이 제일 아랫쪽에 꽂아~~개똥이네 놀이터는 한곳으로 모으고.." 

남편이 매달 사주는 객석은 책꽂이가 슬~~내려앉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94년부터 매달 사보기 시작한 객석의 양도 만만치 않다. 

오래된 객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때는 고등학생이던 연주자가 이제는 중견음악인이 되어 음악과 더불어 늙어가고 

넓고 깊어지는 과정을 엿보는 것은 어떤 명상서적을 읽는 것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선배...평전은 왜 사보는데?" 

남편의 책 취향중 내가 함께 하지 못하는 부분 중 한 부분이 평전이다. 

남편이 사 읽은 평전만 따로 책꽂이에 모아 볼려다 나의 귀차니즘에게 덜미를... 

또 이 평전들은 양장본으로 되어 있고 표지도 딱딱하니 나중에 다른(?) 용도로 쓰기에  

참 좋다.. 

 

"선배..한강,아리랑,태백산맥은 나란히 꽂아줘야 되나??" 

크...두번째로 남편과 함께 하지 못하는 대하소설 분야... 

내가 보기에 남편은 야무진 소망을 가지고 있다. 

뭐..이 3부작을 신혜가 고등학생이 되면 읽히게 한다나... 

책 좋아하는 마누라도 감히 손대기 두려워하는 이 3부작을 신혜에게 읽힌다니... 

글쎄.....올시다..  

노가다인 남편이 지난주 보성군으로 발령받아 내려갔다. 

"여기 벌교 꼬막이 유명하다는데 사갈까??" 

"응..꼬막좋지..우리집에 꼬막 킬러도 있쟎아.." 

"요리를 잘해야지~~" 

"꼬막요리가 별거 있나...삶아서 양념장 만들어서 끼얹어 먹으면 되지.." 

"태백산맥에 보면 꼬막은 어떻게 데치느냐에 따라 몇가지 요리를 만들수 있다하더라.." 

"난 태백산맥 안 읽어서 양념장 끼얹어 먹는거 밖에 모르거덩요!!!!" 

 

보일러실에서 책 나르기를 도와주는 두 딸들.. 

"민혜야..니는 여기까지 갔다놔라..그러면 꽂는거는 언니가 할께..." 

"신혜야..그건 작은 방 책꽂이..." 

"어휴..우리집에 책 진짜 많다.."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책은 지금 나르고 있는 책이데이..조심해서 

소중히 날라라..." 

남편...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소중히 나르고 있는 책은 바로 로설 25년차 내가 소장하고 있는 불후의 명작들.. 

아마 우리집에서 가장 많이 본 책들이 아닐까 싶다. 

놀토인 금요일 밤이나..비오는 밤..또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우울할때.. 

이 불후의 명작들에 빠져서 몇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가 쏴악~~ 

기분이 산뜻달콤해진다..흐뭇..나의 사랑하는 로설들...  

 

이번에는 기필고 버리고야 말리라 했던 MDF박스들이 여전이 한쪽에 쌓여서 책꽂이의  

기능을 해야만 하면서 10주년 맞이 책장정리는 끝이 났다. 

책이 책을 업고 있지 않아도 되고 책들도 이제 어깨는 틀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지만 

글쎄... 

이번에 남편은 또 책 3권을 사들고 왔다. 

이현상 평전,교수대 위의 까치, 악의 추억... 

여기서 내가 보는 건 교수대위의 까치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집의 책꽂이는 또 다시 채워질 것이다. 

난 대부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지만 찬찬히 사서 읽고 싶은 책도 있다. 

나의 이런 책들과 남편의 책들이 모여서 결혼 20주년이 되는 해 우리 부부의 책꽂이는 

어떻게 될까?? 

 

결혼 10년.... 

집을 넓혀가지 않고 책만 넓은 평수로 넓혀줬지만, 

그 10년 동안 우리 부부 마음을, 생각을 꾸준히 보살피며 살아온 듯하여 그다지 슬프지는  

않다... 

이렇게 앞으로 10년을 열심히 살아 20주년이 되는 해에는 나의 소망대로 거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서 거실에다 책꽂이를 모조리 몰아 넣어 볼테다.. !!!!

 

 *10주년을 맞아 도배하는 동안 우리 가족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남편과 나 소금방에 나란히 누워 책을 보다. 

남편은 이현상 평전을 나는 문화의 발견을 읽는 중.. 

뜬금없이... 

"선배..카스트로가 살아있게~없게~" 

"살아있지..." 

"그럼 아직 쿠바의 지도자게~아니게~" 

"동생한테 물려줬쟎아.." 

"우와...그런건 어디서 알았어??" 

"전화왔더라...물려준다고..." 

미국과 맞짱뜨는 나라들이라는 책을 읽고 이 사실을 알은 나는 남편에게 물어봐야지.. 

아나~모르나~~했었는데...이런... 

"진짜..그런건 어떻게 아는데?? 어떤 책에 나와있는데??" 

진짜 신기하다.. ㅋㅋㅋㅋㅋ

 

앞으로 우리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책과 함께 마음과 정신도 건강한 삶을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신혜야..민혜야..사랑해..^^*

선배..우리의 결혼 10주년 축하해..앞으로도 사이좋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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