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장래희망이라는 걸 정해오는 숙제가 생겼다.

딸 아이는 그때 자신은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림에 별 소질이 없어 보이는 듯해서 '피아니스트가 되는건

어떻겠니?' 슬쩍 떠봐도 내 앞에서 연습은  "네~선생님. 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했어도 그 담날 학교가서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발표했단다.

그 꿈은 반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미술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고, 학교에서 하는 예술경연대회에서도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쩌면 학원에서 배운 기술들을 펼치는 아이들 틈에서

너무나 허술한 그림을 그리는 우리 딸 아이의 장래희망은 화가이다.

나는 그 꿈을 지켜주고 싶다.

왜냐하면.......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 피아노로 인해 상처받았던 일을 회고하는 부분이 있다.

언니가 피아노를 배우고 드디어 저자도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는데

일년내내 선생님에게 들은 소리는 너처럼 피아노 못 치는 애는 처음봤다였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소질부족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곡을 몇 시간이고 치면서 행복해하던

일을 저자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소질없는 저자가 피아노를 계속 배우는건 "낭비가 아닌지"를 고민하던 부모님께서

언니만 피아노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했을때..저자가 얼마나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는지.

언니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고문이었는지...

고백하는 부분이 있다.

 

모임에 참가한 다른 어머니는 동생에게 추월당하고 피아노를 포기했던 아픈 기억을 털어놓는다.

본인이 한달 가까이 씨름하던 곡을 피아노를 한번도 배우지 않는 동생이 와서 한번에 쳐

버렸던 기억말이다. 그 뒤로 이 어머니는 피아노를 그만두었단다.

아마 동생보다 잘 치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말했더라면 그 어머니의 삶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얘, 물론 네가 기가 죽을 수도 있지. 하지만 루스가 얼마나 잘 치든 너하고는 상관이 없어.

피아노를 빨리 배우고 느리게 배우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음악에 두는 의미지.

다른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피아노를 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거든. 나로서는 네가 그런 즐거움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구나."

 

그 어머니는 눈물을 참느라 눈을 깜박였다.

"그렇게 말씀하셨더라면 모든게 달라졌을 거예요."

"다른 형제의 특별한 재능 때문에 마땅히 누렸어야 할 기회를 놓쳐 버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애는 우리 집의 음악가라느니 우리 집안의 학자라느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부하는 즐거움이든 춤을 추고 시를 짓고 운동을 하는 데서 얻는 즐거움이든

모두가 누려야 하는 것이지, 재능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고무 찰흙을 8개월 동안 수강한 딸 아이는 만들기에도 그다지 소질이 없어 보인다.

우연히 일찍 딸아이를 데리러 들어갔다가 처음 수강한 다른 아이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우리 딸은 별로 소질이 없구나...'

하지만 재미있단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나의 관점에서 볼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적는 란에

"그림 그리기" 라고 적어놓았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말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혹은 방정맞은 내 입이 불쑥 말해

버릴지도 모르지만- 온 몸으로 난  "넌 그림에 재능이 없어. 꿈깨!!" 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딸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감싸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될

역할 일 것이다.

 

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보호" 해주는 것.

부모의 중요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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