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로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동안,구니토시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펑 폭발했다.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이다.구니토시는 곧바로 깨달았다.마음속에 묻혀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지금 폭발한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는 마치 밤하늘에 퍼지는 불꽃처럼 소리도 없이 가슴 가득 불꽃을 흩뿌렸다.

이윽고 무시무시한 암흑만이 남았다." p.261

 

다섯 아이들 중 가장 성적이 좋고 '쿨'한 구니토시..'쿨'하다기보다는 매사에 약간 '냉소적'

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이이지만 배를 만들때는 손재주가

없어 가장 '열등한 아이'였던 구니토시가 결국 배를 완성하고 항해를 떠나는 것은 참으로

의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첫번째 드는 생각은 내용이 참 '싱겁다'는 거다.

응???......줄거리의 전개 역시 싱겁다.

태풍속에서 시로의 사투가 약간의 클라이막스라고나 할까..

배를 만드는 과정도...실패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도...결국은 시호스 3세가 완성되고

구니토시와 사토시가 떠나는 과정도 마냥 싱겁기 짝이 없다.

우리가 클때 읽었던 비슷한 류의 소설들-톰소여의 모험,15소년 표루기 등등-과는 참으로

그 맛이 다르다.

그 책을 읽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1980년대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그 비슷한 점이 이 소설을 '싱겁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책에 나오는 다섯아이 모두의 모습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보여지는 듯하다.

 

엄마의 꿈이 곧 자기의 꿈이 된 아이 사토시.

천식이 심한 동생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적게 받게 되는 마사아키.

쿨한 성격이지만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를 지니고 있는 구니토시.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모두와 함께 즐겁게 어울려 지내는 법을 알지만 누구와도 깊은 정은

주고 받지 않고 사는 법을 몸에 익힌 이사무.

경륜으로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와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어머니의 매일 벌어지는

부부싸움에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시로.

 

보통 아이들이 읽는 성장 소설(?)에서는 집-밖-집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우선 생각나는 톰소여의 모험과 15소년 표루기 같은 경우만 봐도 말이다.

아님 집이 아니더라도 집과 다름없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의 구조 말이다.

(엄마찾아 삼만리...캬..생각만 해도 결국에 안기게 되는 엄마의 품이란~흑흑^^)

근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조가 깨져버린다.

집-밖으로 끝나버린다.

마치 어른들의 소설속에서 나오는 듯한 그런 구조의 결말은 쬐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씁쓸하다.

현재의 내가 사는 삶을 버리고 위험하고 불투명하지만 진실한 나를 찾아가는 삶은 어른들만

가끔씩 꾸어야 되는 "꿈"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지금의 아이들은 벌써 그런 꿈을 꾸게 되는가보다.

부모가 있는 집이 더이상 안락하고 포근한 곳이 아니라, 위선과 허영, 한마디로 재수없고

재미없는 곳, 나를 옭아매고 도태시키는 곳, 내 꿈마저 갉아먹는 곳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배를 타고 떠난 두 소년 사토시와 구니토시....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나의 아이들도 몇년 뒤 이들과 같은 나이가 된다.

이들처럼 학교에서 우수한 아이와 열등한 아이로 나뉘어질것이고,

학원에서도 성적순으로 반이 나뉘어질것이고,

저마다 가슴속에 다이너마이트를 하나씩 품고 생활할것이다.

물론 나는 어김없이 그때도 엄마노릇을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아이에게 이 책을 넌지시 권해봐야겠다.

그리고.......................................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 대신 넓은 바다와 자신의 "배"를 품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건네봐야겠다.

 

 

<알라딘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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