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군 아빠가 들려주는 그림책 1
김정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 딸아이의 책을 읽어주다가 그만 어린시절의 생각이 자꾸자꾸 떠 올라 마음이 아련해졌다.

먼저 이 책의 그림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한 듯하다.

따뜻하게 그려진 삽화가,삽화속에 나오는 집과 골목길 풍경들이 내 어린시절 그자체다.

 

영재의 아빠는 똥 퍼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우리 어릴적엔 정말 그림처럼 아저씨가 양쪽 통에

한 가득 똥을 퍼 담아 어깨에 짊어지고 나가셨다.

어떤때는 엄마가 아저씨가 몇통을 지고 나가는지 나보고 지켜보라고 하셨고,

어떤때는 똥통에 똥을 더 가득 담으시라고 아저씨랑 실랑이도 하셨다.^^

영재는 이런 아빠가 부끄럽다.

영재의 같은 반 친구 병호는 이런 영재를 놀린다.

"영재네 아빠는 똥퍼요~그렇게 잘 풀수가 없어요~"

병호가 영재에게 자신의 집 똥을 퍼 달라고 아빠한테 전하라는 말을 놀리듯이 하고

사라지자 영재는 아빠에게 절대 그 말을 전하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상한 마음을 달랜다.

그날 밤 많은 비로 영재네 화장실의 똥이 빗물과 함께 넘쳐 온 마당이 똥물 바다가 된다.

병호는 엄마아빠와 함께 마당의 똥물을 퍼내고 학교에 오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이 똥냄새가

난다고 병호를 놀린다.

속으로 고소하다던 영재가 병호의 손을 보니 얼마나 수세미로 문질렀던지 손이 벌겋다.

짝꿍이 다른 자리로 옮겨버린 병호의 옆에 영재가 앉으면 씩~웃는다.

 

딸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여러가지 부연 설명을 덧붙여야 했다.

밑으로 똥이 보이는 화장실이며,그 똥을 퍼서 어깨에 지고 나르던 아저씨,

비가 많이 오면 마당의 빗물이 화장실로 들어가 똥물이 범람하는 일까지..

그리고 영재가 책을 보던 영재네 집 마루며 집 모양에서 엄마 어릴적 살던 집에 대한 추억.

정말 똥이 넘치기 일보직전 이었던 어릴때 우리집 똥간까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딸아이는 잠이 들었지만,난 자꾸 자꾸 꼬리를 무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과 소소한 기억들 때문에 마음이 짠해졌다.

아마 "똥장군"이라는 동화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인듯 하다.

우리들의 어린시절과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 말이다.

그냥 골목을 뛰어다니며 노는 것만으로 재미있던 시절..

항상 해질녁까지 뛰어놀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돌아가던 날들..

빨간벽돌로 고추가루 하고 동네 꽃,풀들로 이것저것 음식 만들어 소꿉장난하던 일들..

어린 시절의 이런 추억들이 어쩌면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데 큰 반성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는...나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어린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나의 두딸들은 어떤 추억을 만들고 있는지....

불쑥 불쑥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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