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언덕 위의 도시”와 13장 “나머지의 귀환”이 깔끔 명쾌하면서도 흥미롭다. 인도계 ‘특유‘의 ‘비동맹’ 전통에 의거해 미국 예외주의의 패권 신화를 비판하고(12장), 스스로의 논리와 역사의 힘으로 무장한 글로벌 사우스의 역량을 긍정한다(13장). 미국 패권 없는 세계는 더 정의롭고 평화롭게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저자 표현으로는 글로벌 멀티플렉스)에 지적으로 힘을 보탠다. 처음 예상보다 더 진취적인 내용이라 흡족하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일본 정치사를 개략적이면서도 꼼꼼하게 훑는다. 변화의 계기에 일본 정치는 ‘네오콘‘의 형성으로 퇴락했는데, 그 원인과 결과를 살핀다. 현재의 극단적 군국주의 일본(‘비양심적 피해자 의식‘을 통한 ‘반성 없는 가해자성의 지속‘)의 형성은, 90년대부터 시작하여 특히 2010년대에 가속되었으며, 일본 ‘국체‘의 변화 지점일 수도 있었던 3.11 후쿠시마 참사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누적된 반동적 세력의 발호 기점이 되었다(정세적으로는 3.11이 반전의 기회일 수도 있었겠지만, 역사적 누적의 상황으로 보면 그러기는 어려웠다. 그 점에서 이 책의 부제는 다소 책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도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3.11은 사실상 대결 지점조차 되지 못했다). 이제 집단적 자위권, 미일 군사 가이드라인, 헌법 해석 개헌, ‘적‘기지 타격 능력까지 성문화하고 공격형 무력 증강을 하며 핵보유 야심까지 드러내는 일본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이른바 지난 10여 년 정권을 가리지 않고 유지해 온 ‘투-트랙‘ 기조는 폐기되어야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