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존엄한 인간의 인생 이야기. 저자는 시간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흔히 우리는 인간이 즉자적이니 분위기에 휩쓸리니 말하며 폄하하지만, 그보다는 인간 심성의 근원적인 부분을 먼저 볼 때 하나하나의 사람의 깊고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예술 작업자이자 빅판인 저자의 글과 그림이 좋다. 추천사가 독서의 방향을 적절히 제시했다.
사회에 따라 굉장히 의미 규정이 달라지는 게 개인과 집단의 관계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 부정적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실질적으로 모색되고 있는 요즘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책. 혼자로 자립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여럿이 함께와도 잘 살 수 있다. 존엄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개인과 집단의 시작이기 때문이다(자기밖에 모르는 게 아니면, 자기 귀한 줄 아는 사람이 남도 귀하게 여긴다). 문제는 혼자를 기르는 정당하고 보장받아야 할 건강할 권리를 치열하게 찾고 지켜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속에서 분투하는 요즘 2030 세대 무산 계급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영미권 여성 작가들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들. 특히 출산과 육아가 이들의 삶과 감정에 끼치는 양가감정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케 된다. 분노가 더 큰 글도, 반대로 애정이 더 큰 글도 있다. 개인적으로 제인 라자르, 앨리스 워커, 어슐러 르 귄 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존엄한 인간의 삶과 투쟁을 그렸다. 책 속의 빛나는 감동적인 구절들은 그러한 모습을 표현하거나 묘사한 부분들. 일본 군국주의, 노동 비존중, 여성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은 지금과 겹쳐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유사한 기획(하지만 역사관과 고증에서 업그레이드 된)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올해의 소설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