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를 주장한 이유로 지금까지도 한국 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재미교포의 새 책. 평양과 북녘 곳곳을 둘러본 이야기들과 선명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북한 붕괴론을 말하던 이들은 요즘 반성 없이 지방 격차론/시장화론으로 옮겨간 듯한데, 그 역시 검증 없는 프로파간다가 아닐까 책을 보며 생각할 수 있었다. 그만큼 북한 전체가 나름의 경로와 순서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상호불가침의 신뢰를 이야기한 2018년 이후라면, 이제는 조속히 교류 정상화/전면화로 나아가야 하겠다. 좋은 책이지만, 저자의 다음 여행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그 전에 자주 직접 교류하는 시대가 왔으면 싶다.
술술 읽히는 별난 책. 장단점이 확연하다. 장점은 미국과 이승만을 속시원하게 비판하는 패기과 제주4.3/여순 민중항쟁을 정명하는 의로운 역사관. 단점은 핵심 돌입 전 구라가 너무 장황하다는 것과 철저히 지식인 입장에 선 도올 선생 특유의 관점이겠다(도올 특유 패기의 기반이기도 하다). 표현 강도에 비해 기반이 되는 생각은 온건하다. 어쨌든 이런 지식인 한 명은 있는게 민족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제주 4.3은 국가폭력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단정단선과 미군정을 반대했던 투쟁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며 군경이 사과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정부 흐름에 어폐가 있는 이유다. 4.3의 진실을 80년대(!)에 처음 폭로한 분노의 연작시.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그간의 상황을 설명한 후기를 먼저 보면 이해에 좋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에는 여전히 깊은 슬픔이 배어 있다.
대북 사업 전문가로 충분히 불릴 만한 경력을 가진 저자의 통일과 북한과 민족에 대한 이야기. 2~3장이 재밌었다. 오직 스스로가 탈북자라는 것만 근거로 삼아 객관적으로 볼 때 본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가짜 뉴스로 판명나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이들과 비교하면 주장과 근거의 신뢰도 수준이 다르다. 이 점을 염두하고 보면 4~5장도 볼만하다. 부제 ‘레알 북큐멘터리‘를 제목으로 올렸어도 괜찮았을 듯. 어쨌든 통일도 열심히 공부해야 제대로 성취할 수 있다.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