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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_ 지난해 소설집 <혼모노>로 압도적인 주목을 받은 소설가 성해나의 ‘기담집’奇談集. <혼모노>의 “넷플릭스 왜 보냐”라는 추천사가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그만큼의 소설의 재미가 뒷받침되고 대중들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 또한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불만을 표현하는 독자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사회파’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성향이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번 책도 읽어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_ 짧고 ‘기이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인비인, 즉 “인간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총 9편의 짧은 글들이 담겨 있고, 각 글마다 작가의 말이 붙어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혹은 파괴당한 존재의 이야기들을 3편씩 나누어 담았다. 과거의 중요 모티프는 ‘(청산되지 않은) 친일’, 현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존재의 괴리’, 미래는 ‘AI(에 종속된 인간과 노동)’다. 작가는 “시대의 불의나 현안에 집요하게 파고들며 의문을 품고자” 이러한 주제를 선택했다고 한다.
_ 친일을 다룬 과거 편의 작품들은 특히 인상적이다.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들은 (잘 써낸 것과는 별개로), 민감하게 세상을 읽고 있다면 착안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 한다면, 친일 청산과 정의의 문제는 거기에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인식도 더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위안부’ 사안(물론 매우 중요한 문제다)이 아닌 “친일로부터 비롯한 기득권”, “일제의 731부대 생체 실험 전쟁 범죄”(「인비인」)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731부대 등에 관한 일제 만행을 한국소설에서 정면으로 다룬 것은 <시인 동주> 이래 오랜만의 일이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에 멈추지 않고, 이를 매판과 사대의 문제로, 현재의 시점으로 끌고 들어온 것도 인상적이다.
_ 현재를 다룬 작품들은 결이 비슷하다. 작가가 주목한 오늘의 문제는 현대 자본주의적 (그리고 한국적) 권태, 허무, 혼란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다룬 작품들은 사실상 현재와도 겹치는데, 피지컬AI부터 실직, 긱 노동, ‘사고 외주’, 근본적으로는 “욕망에 의한 의존이 존재를 종속시키고 파괴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蠱」에 그러한 문제의식이 잘 녹아 있다.
_ 기담집이라는 특성이, 작가의 작품에 제기되었던 이런저런 의심들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호한 서사, 강렬한 소재, 문제를 환기하는(동시에 결말이 불분명한) 방식의 글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_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서 <친일인명사전>을 끊임없이 읽었고, 매일 종이신문을 보며 칼럼, 국제면, 사회면, 문화면을 탐독한다고 한다. 논픽션을 즐겨 읽는 픽션 작가를 보며 문득 든 생각, 이른바 ‘논픽션’의 위기가 이야기되는 시기,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가 닿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함에 있어서, ‘픽션’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고민은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