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김정환 지음 / 창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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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하고 성실한 젊은 연구자의 책이다. 한국현대사를 정면에서 다룬 이러한 책이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질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좋은 질문은 그다음의 길을 예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 책이 지향하는 문제의식에 상당부분 공감했다. 지난 30여 년 특히 정권 차원에서 “지지부진하게 교착”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몸을 통한 스펙터클의 민주주의”는 투쟁의 최정점의 한 모습으로써 귀중하지만(이를 묘사하는 집합적 신체와 현장의 열기에 관한 내용은 특히 흥미롭다), 그것이 삶의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민주주의 범위는 좁아진다. 그것은 지금 시기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으며, 책에서 ‘김용균 노동자’로 대표된 “무대 밖의 사람들”을 외면한다. 지금과는 다른 민주주의, 폭군을 쫓아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폭군이 존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민주주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혹은 무대를 만들지 않는 주변 시민들과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2024년의 내란-외환 폭동 진압 이후의 사회는, 분명히 더 달라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위의 문제의식도 분명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구조의 형성과 일상의 실천은 민주주의를 “민”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매우 긴요한 것이다.
- 이를 ‘죽음’과 ‘집합’이라는 틀 속에서, 폭력을 인식하고 어우러져 저항하는 집단적 실체의 형상화로서의 1980~1987년 민주주의 투쟁을 살피고, 그 힘과 함께 그것이 포괄하는(그리고 포괄하지 못하는) “상상계”를 그려나간다. 독특한 측면이 있는 접근이다. 이를 방대한 자료 수집과 꼼꼼한 논리로 구성하였다.
- 궁금한 점은 두 가지. 하나는 현대사의 ‘죽음’을 논하면서 그 출발점을 4.19로 상정한 것, 즉 해방 후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를 배제한 것이다. 이 시기에 형성된 ‘전쟁, 한미동맹, 국가보안법(북한 적대)’로 표상되는 대한민국의 안보국가적 성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일종의 ‘국체’ 같은 것인데, 그 심원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이 측면과 책 속 상상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이 의제들은 한국 민주주의 구성 성분 중에서 자율적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공백/결손 지점이기도 하다).
- 다른 하나는 이 책에서 제시된 ‘상상계’와 경합하는 또 다른 실제하는 “민의 상상계”들을 전혀 다루지 않은 점이다. 감정의 휘몰아침 속에서 우발적이고 제의적으로 형성되는 민주주의적 실천도 있지만(책 속 상상계는 여기에 멈춘다), 그와 함께 어울리면서 철학과 전망, 사회운동 조직들이 결합했던 민주주의적 실천 역시 존재한다. 이는 이른바 ‘민’ 속 위계 혹은 갈라짐을 뜻하는데, 이 부분을 뭉뚱그린 이유가 궁금했다(후자를 인식하는 건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의 주체를 설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자양분일 수 있다).
- 사회/역사 분야의 진지한 독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생각해볼 거리들이 많은 책임은 분명하다. 여러 사람의 서평,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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