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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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세의 인류학자인 토드는 자신의 인류학적(특히 가족 구성) 지식을 토대로 세계를 분석하고 있다. 소련의 해체, 미국 패권의 위기 등을 ‘예언’하여 각광받았으나, 주류에 편입되지는 않았다. 좌, 우로 나눌 수 없는 성향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세 예측은 도전적이면서도 정확하다. 나토의 동진, 우크라이나의 무장화 및 네오 나치화,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대러 전략과 젤렌스키 정권의 폭주가 ‘유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정하고, 러시아와 서방 양측 모두 피해를 보고 있지만 서방의 피해를 훨씬 결정적인 것으로 파악하며, 다극화의 촉매제가 될 것임을 당시 시점에서 예언하였다. 전쟁 능력은 결국 진정한 경제 능력을 기반으로 두는데(무기 생산이든 보급 보장이든 후방의 여론적 지원이든), 여기에는 은행 시스템과 금융이 아니라 생산 활동을 의미하는 엔지니어, 기술자, 숙련 노동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점에서 서방 전체와 비교해도 우위다.
- 그는 궁극적으로, 서방의 정신적 타락이 이 전쟁의 기원이라고 단언한다. 일극 패권 자본주의의 폭주는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허무주의적 경향으로 침잠하고 이는 내외적으로 파국적인 결말로 향한다는 것. 특히 중산계급의 이러한 성향이 파국을 부르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 물론 이는 최상층부로부터 기획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미국은 ‘누가 지도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러한 미국이 자기 체제의 구성 성분이 되어버렸다고도 할 만한 ‘전쟁‘으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 세계의 전쟁을 통해 지배를 구축해왔고, 지금도 그러려는 듯 보인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그가 보기에 미국이 예전처럼 압도적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결국에는 살아남고 승리하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부도덕을 넘어선 ‘절멸‘, ‘3차 세계대전‘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 반면 여러 판단들의 기반으로 쓰이는 인류학적 주장들은 방향성과 엄밀성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부권이 강한 사회가 공동체적이고 안정적이며 가장 발전적인 형태라는 부분(그는 농경사회가 산업-자본주의-사회보다 더 안정적인-인류학적 차원에서 선진적인- 사회라고 보는 듯하다). 단, 개인주의 사회를 사회 발전의 퇴보적 양상으로 보고(그래서 서양 사회는 핵가족으로 인해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민족국가의 형성과 발전, 유지에 주목하는 주장에는 눈길이 간다.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보자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시사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 이러한 판단을 통해 서방은 ‘자유주의 과두정’, 중국이나 러시아는 ‘권위주의 민주제’라는 규정을 한다.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는 소수에 대한 태도에 있는 반면, 과두정과 민주제의 차이는 다수의 이익을 실현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서방의 방식’을 통해 서방을 엄청나게 강력하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피케티와도 통한다(피케티는 자본주의적 경제 통계를 통해 반자본주의적 결말을 이야기한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한 흐름일 수 있겠다. 그의 다음 저작이 <서방의 패배>라고 하는데(아직 번역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기본 얼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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