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시간은 갈 수록 내편이다
마흔이 도둑고양이처럼 조용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내앞에 다가왔다.
전문성과 성숙함, 단단한 배포로 무장한 채 흔들림없는 자기 길을 갈 거라고 믿었던 마흔이란 나이.
하지만 나의 마흔은 달랐다. 스무 살의 어설프고 나약하고 이기적인 모습에선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젊은 날의 당당함과 무모한 도전 정신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어처구니 없는 초라함.
내 나이 마흔에 만나리라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자괴감과 마주치고 말았다. -16p-
이 책은 일곱명의 마흔즈음의 여자들이 모여 쓴 책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책 공저에 도전하고! 그래서 나온 책. 시중에 나온 여자들이 쓴 자기계발서는 보통 성공한 여성.
집에서 많이많이 도와주고 돈도 많아서 약간은 편하게 육아와 가사 그리고 직장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공감이 잘 가지 않는 편이었다면 이 책은 조금은 그것을 바꿔보고자 만들어진 책이라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약간, 너무 평범한 여자들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평범한 여자들은 책 쓰기에 도전하기 조차 힘들게 육아, 가사 등등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암튼, 그렇게 필명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최근 육아와 가사에 본의 아니게 돌입하게 된 나와 큰 공감대형성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공감대가... 삼십대 초중반 (정확히 서른넷, 만으로는 서른둘) 인 나와
왜 마흔즈음의 여자들과 생기냐...싶어 책을 읽는내내 우울감을 줬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책을 읽으면서 희망도 생기고, 내 꿈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도전정신도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공감한 부분이 이렇게나 많은데 다 적지 못하고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그 내용들이... 대부분... 현실에 대한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꿈을 향한 도전에 대한 문구들이었다.
어차피 돈이나 잘 나가는 남편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으니, 그걸로 누구에게 자랑할 게 없다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솔직히 나보다 돈 잘 벌고, 시집 잘 간 친구들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속물근성 따윈 내게 없다고, 고상한 척 시치미를 뗄 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흔 즈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택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프로가 되고 싶었던 꿈. 그리고 후배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겠다는 꿈 앞에선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을 감출 자신이 없다.
마흔이 가까워질수록 치명적인 자존심이 걸린 두 가지 인생의 목표 앞에서, 보잘것없는 내 모습이 서글퍼 망연자실해지는 시간이 잦아졌다.
-16,17p-
40대는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나이라고 했나?
남이 타고난 자질, 남이 애써 키운 재능, 힘써 가꾼 멋진 인생을 보며 부러워하는 짓은 그만두고 싶어진다.
내것일 수 있는 것과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을 진즉에 갈라내어 곁눈질을 멈추어야 할 나이다.
더 이상 옆 사다리를 견주어 보며 '저기가 더 오르기 편해보이는데, 저기를 오르면 더 전망이 좋을텐데' 하며
부러워 하는 걸 멈춰야 할 나이다.
-120p-
이 작가들의 대부분은 글쓰기 수업때문이었는지, 모두들 무언가를 실행에 옮긴 사실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책도 쓸 수 있는 것이고.... 내용 중 나도 당장 실행에 옮겨볼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100가지 wish list 작성하기. 였다. 버킷리스트라고 하는 건데, (아마도 죽기전까지)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쓰는 것.
이다.
책에 그 100가지를 직접 적어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읽으면 따라하게 될까봐.
안 읽고 내 나름대로의 리스트를 적어볼 계획이다. 오늘 밤 당장 적어서 리뷰에 추가해야겠다.
"자신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30 p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서재와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오피스텔을 빌려
월세 50을 내고 거기를 작업실이라 부르며 살았던 - 결국 포기했지만 - 여자
잘나가던 약사를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한 저자
한국에서의 역할을 버리고 (시어머니, 남편,
아들) 캐나다로 장기여행을 (6개월) 간 저자 (물론 딸이 거기서 유학을....;;;;;)
이렇듯,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만
정말 실천하는 사람을 당할자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번 책을 읽으며, 지금 읽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동시에 이 사람들보다 10년 앞서 알게 되었으니
10년동안 준비해서 나의 마흔즈음은 우울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 100가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겠다. 꼭!!!